ADVERTISEMENT

4개 전국대회 우승 휩쓴 ‘탁구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농촌의 작은 초등학교가 전국 최고의 탁구 명문으로 우뚝 섰다.

전북 군산시 대야면에 있는 대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00여명, 학급 수는 학년당 2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막을 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종별탁구대회에서 여자부 단체전 정상에 오르면서 ‘2010 전관왕(4차례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학교는 올해 초등연맹 회장기·대통령기대회와 전국소년체전에서 이미 우승을 차지했다.

4월 열린 대통령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야초등학교 탁구부가 파이팅을 외치고있다. [대야초등학교 제공]

단체전뿐 아니라 개인전 성적도 돋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의 경우 개인단식 4강전에 이 학교 선수가 3명이나 올라갔다. 이 학교의 에이스인 6학년 한미정 선수가 우승컵을 안았다.

대야초등학교 탁구부의 전관왕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2004년에도 전국대회 우승을 싹쓸이해 ‘초등 탁구의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 동안 호프스급(12세 이하) 국가대표를 12명이나 배출하며 한국탁구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이 학교가 초등 탁구의 최고 명문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학교·동창회·지역주민들이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농촌에 자리잡은 이 학교는 선수를 충원하기도 버거울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탁구부를 운영하는 초등학교는 재학생이 1000명 이상 되는 도시 학교가 대부분이다.

전북지역의 초등학교 중에는 대야초등학교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체육교사와 코치들은 전북은 물론 다른 시·도까지 원정을 다니며 가능성이 엿보이는 재목을 발굴해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동창회와 지역사회는 1년에 5000여만원씩 들어가는 운영비 지원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졸업생과 주민들은 후원금을 보내고 반찬을 마련해 주는가 하면, 시합 때마다 응원을 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지역 기업체인 OCI와 가스공사 등도 경비를 지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특히 ‘탁구단의 어머니’로 불리는 가천길재단 이길여(78) 회장의 정성은 남다르다. 이 학교 21회 졸업생인 이 회장은 탁구단 창단(1994년) 이후 매달 200만원씩을 훈련비로 내놓고 있다. 또 전지훈련비 전액을 부담하고, 선수단 버스를 구입해줬다. 틈만 나면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 회장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도시 학생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곤 했다.

서규원 대야초등학교 교장은 “이제는 부산·광주 등 대도시에서 소질 있는 학생들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올 정도로 탁구 명문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내년에도 전관왕을 차지해 전국 최강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