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개발·대청호 유람선 운항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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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저수지·호수 등 수자원 활용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지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저수지인 예당저수지 개발 방식에 대해 예산군과 한국농어촌공사가 대립하는가 하면 충북에서는 충청권 500만 주민의 젖줄인 대청호에 유람선 운항 추진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환경단체간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광휴양지로 개발하려는 예당저수지 전경. 그러나 예산군은 군의 ‘슬로시티(Slow City)’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예당저수지 개발 논란=한국농어촌공사는 최근 사업비 863억 원을 들여 예산군 대흥·광시면 예당저수지 일대 50만4800㎡를 2014년까지 개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콘도미니엄, 레이크 빌리지(별장), 승마장, 골프장 등을 건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국농어촌공사 홍문표 사장은 “예당저수지의 자연 경관을 최대한 활용,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최근 예산군에 예당저수지 수변 개발 사업 추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체결을 제의했다. 저수지 소유권은 한국농어촌공사에 있지만 주변 개발에 대한 인·허가권은 예산군에 있기 때문에 예산군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예산군은 “농어촌공사의 개발 계획이 예산군이 추진해온 예당저수지 주변 관광개발과 기본 취지가 맞지 않다”며 MOU체결을 거부했다.

군은 ‘슬로시티(Slow City)’ 이미지에 걸맞게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슬로시티는 자연과 함께 전통 먹거리와 문화를 느끼며 살아가는 마을을 의미한다. 예당저수지 주변인 대흥면 일대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슬로시티연맹 회장단회의에서 국내 6번째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군은 슬로시티 개념에 맞는 관광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4년까지 180억 원을 들여 예당저수지 주변에 자전거 길과 논두렁 올레길을 만들기로 했다. 광시면 대리 일원 10만㎡에는 황새 생태마을도 만든다.

예산군 최운현 부군수는 “대규모 위락단지 조성을 중심으로 한 농어촌공사의 개발방식은 예당저수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산군 대흥·응봉·신양·광시 등 4개 면(面)에 걸쳐 있는 예당저수지의 면적(10.88㎢)은 서울 여의도의 3배에 달한다.

◆대청호 유람선 운항 갈등=충북 청원·옥천·보은군 등 대청호를 끼고 있는 3개 지역 단체장은 최근 모임을 갖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청호 유람선 운항이 재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전담 부서 지정과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타당성 용역을 공동 추진하고 정부에 건의활동에 적극 나서자”고 합의했다.

이종윤 청원군수는 “충주호에서는 유람선을 운항하는 데 대청호만 운항을 금지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조성됐다. 1983년부터 상수원 보호와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이던 청남대 보안유지를 위해 유람선 운항이 금지됐다.

반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대청호는 충청도민의 식수원(330만 명 혜택)으로 해마다 조류가 발생하고 쓰레기가 대량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유람선 운항에 반대하고 있다.

글=김방현·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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