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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왕선재 감독 조기축구 뛰는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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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은 1997년 K-리그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시민구단이다. 지원해 주는 모기업이 없는 대전의 1년 예산은 70억~80억원 정도. 군 팀인 광주 상무를 제외한 14개 K-리그 구단 중 가장 적다. 왕선재(51) 대전 감독은 이런 구단 사정을 고려해 직접 발로 뛰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왕선재 대전 감독은 발로 뛴다. 티켓을 팔기 위해 조기축구팀과 일전도 불사한다. [중앙포토]

지난 9월 15일, 왕 감독은 ‘선수의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현역 은퇴 후 21년 만이다. 대전 시티즌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들도 그와 한 팀이 되어 뛰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던 최은성 골키퍼와 1997년 K-리그 신인왕 신진원 코치도 포함돼 있었다. 상대는 KT 대덕2연구단지 동호회 축구단이었다. 그는 “지역 팬들과 친해지기 위해 이런 자리를 갖고 있다. 이들이 경기장을 찾고, 연간 회원권도 구입할 수 있도록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감독은 9월에만 대전·충청지역 축구 동호회와 세 차례 축구 경기를 했다.

새로 부임한 김윤식 대전 사장도 “2011년에는 연간 회원권을 2만 장 팔자”고 선수단에 독려하고 있다. 왕 감독은 “다음부터는 연간 회원권을 걸고 축구 시합을 해야겠다”며 웃었다.

왕 감독은 현역 시절 발재간과 두뇌 회전이 뛰어난 미드필더였다. 현문섭 KT 과장은 “평소 만나기 힘든 왕 감독님과 축구도 하고 사진도 찍어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기뻐했다.

대전은 지난여름 팀의 주축이었던 고창현(울산)과 박성호(베갈타 센다이·일본)를 팔았다. 빠듯한 구단 살림을 꾸려가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왕 감독은 “재정적 기반이 돼 있으면 좋을 텐데 대전은 그렇지 못하다. 좋은 선수가 빠져나가면 후반기에는 힘들지만 구단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허탈한 표정이었다. 팀 공격력의 70%가량 차지하던 두 선수가 팔려 나가자 대전 서포터스는 “구단의 비전을 제시하라”며 항의 시위를 할 정도였다.

왕 감독은 “주축 선수 둘이 떠나고 남은 선수들을 다독이는 것도 문제였다. 나를 찾아와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라고 하소연하는 선수도 여럿 있었다. 당시에는 할 말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대전은 후반기 들어 8경기에서 1승 7패로 부진했고 꼴찌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좌절할 틈이 없었다. 왕 감독은 “팀의 미래를 보고 어린 선수들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은 9월에 2연승을 보태 후반기 3승8패를 기록했고, 현재 순위는 15개 팀 중 13위, 12위 강원에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왕 감독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를 갖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공주시의 계룡직업훈련소를 선수단 숙소로 쓰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훈련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민규 기자



왕선재 대전 감독

▶출생=1959년 3월 19일, 경남 산청

▶출신교=산청중-동아고-연세대

▶별명=왕갈비(선수 시절), 왕쌤(현재)

▶선수 시절 포지션=미드필더

▶ 선수 경력=한일은행(1981~84), 럭키금성(85~86), 포항(87~88), 울산(88~89)

▶ 지도자 경력=원주공고 감독(93~94), 동아대 감독(98~2000), 수원 코치(2002~2003), 대전 코치(2007~2009), 대전 감독(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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