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떼일 위험 큰 대출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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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저축은행이 빌려준 돈 가운데 잠재적으로 떼일 수 있는 대출 규모가 늘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오히려 소홀해졌다. 5일 금융감독원이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총 12조5500억원에 이른다. 2009년 말 11조2864억원보다 1조2636억원(11.2%) 늘었다.

저축은행에서 요주의 여신은 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연체기간이 3~6개월 된 대출을 말한다. 분류기준이 이보다 보수적인 시중은행은 이를 한 단계 낮은 고정 이하 여신, 즉 부실채권으로 처리한다.

요주의 여신의 증가는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나 제조업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말 현재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된 부동산이나 제조업 대출은 11조2000여억원으로 2009년 말(10조712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이에 비해 가계대출은 2009년 말 4122억원에서 6월 말 3225억원으로 897억원 줄었다.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되고 있는 데도 이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6월 말 요주의 여신 충당금 적립액은 2009년 말 5692억원보다 18억원 줄어든 56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적립금 비율도 2009년 말 5%에서 6월 말 4.5%로 낮아졌다.

문제는 향후 부동산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PF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금융당국은 연체채권 급증 원인을 철저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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