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현지 맞춤형’ 차량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를 앞세워 글로벌 경쟁을 뚫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중국 모델 ‘위에둥’
르노삼성자동차는 신형 SM5의 내수·수출 모델을 다르게 구성해 팔기로 했다. 국내에선 가솔린 2.0L 엔진에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를 달지만, 유럽 수출형은 디젤 2.0L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이 주력이다. 기름값이 싼 중동·남미에선 가솔린 2.5L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단 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 모델 ‘쏠라리스’
쏠라리스는 국내에서 11월 출시되는 베르나 후속 모델 ‘엑센트’를 러시아 환경에 맞춘 차다. 춥고 눈이 많은 날씨를 감안해 낮은 기온에서도 시동이 잘 걸리는 배터리와 4L들이 대용량 워셔액 탱크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현대차가 2008년 중국시장에 내놓은 웨둥은 개발비 650억원이 들어갔다.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성향을 감안해 차체의 길이·폭을 기존 아반떼보다 크게 설계했고, 뒤 번호판 주변에는 반짝이는 크롬 도금을 했다. 이어 나온 중국형 쏘나타 ‘링샹’도 이 차의 기반이 된 NF쏘나타보다 15㎜ 길게 만들었다.
기아자동차는 유럽에서만 파는 씨드·벤가 등의 모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씨드는 차체 뒤쪽에 위로 열리는 문을 단 해치백, 벤가는 좌석을 펼쳐 짐을 실을 수 있는 MPV다. 기아차 관계자는 “해치백·MPV 모두 유럽에서 인기 있는 차종”이라고 설명했다. GM대우는 유럽·중동 국가 중 바닷가가 많은 나라에 수출하는 토스카(수출명 시보레 에피카)의 경우 아연 도금 비율을 높인다. 염분의 영향으로 차가 쉽게 부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기아차 유럽 모델 ‘벤가’
기아차의 중국형 포르테인 푸루이디(福瑞迪)는 기존 차명과 발음이 비슷하도록 이름을 붙였다. ‘성공을 위해 진취적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럽형 MPV 벤가(Venga)는 ‘가자(Let’s Go)’라는 뜻의 스페인어에서 따왔다.
GM대우는 수출 모델에 GM의 시보레 브랜드를 주로 붙이고, 르노삼성은 르노와 닛산 브랜드로 수출한다.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는 시보레 크루즈, 르노삼성의 뉴 SM5는 르노 래티튜드로 수출된다. GM대우 관계자는 “해외에선 자체 브랜드보다 모그룹 브랜드가 더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