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맞춤형 한국 차, 세계시장서 ‘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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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산 ‘현지 맞춤형’ 차량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를 앞세워 글로벌 경쟁을 뚫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중국 모델 ‘위에둥’

아반떼를 중국인의 기호에 맞도록 고친 ‘웨둥’은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의 30%인 2만2123대가 이 모델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신형 SM5의 내수·수출 모델을 다르게 구성해 팔기로 했다. 국내에선 가솔린 2.0L 엔진에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를 달지만, 유럽 수출형은 디젤 2.0L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이 주력이다. 기름값이 싼 중동·남미에선 가솔린 2.5L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단 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 모델 ‘쏠라리스’

◆‘맞춤 성능’에 초점=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현지 전략형 차를 내놓는 곳은 현대차다. 지난달에만 러시아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와 유럽형 소형 다목적차량(MPV) ‘ix20’ 두 모델을 발표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1일 이 회사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러시아 고객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차를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며 쏠라리스를 홍보하기도 했다.

쏠라리스는 국내에서 11월 출시되는 베르나 후속 모델 ‘엑센트’를 러시아 환경에 맞춘 차다. 춥고 눈이 많은 날씨를 감안해 낮은 기온에서도 시동이 잘 걸리는 배터리와 4L들이 대용량 워셔액 탱크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현대차가 2008년 중국시장에 내놓은 웨둥은 개발비 650억원이 들어갔다.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성향을 감안해 차체의 길이·폭을 기존 아반떼보다 크게 설계했고, 뒤 번호판 주변에는 반짝이는 크롬 도금을 했다. 이어 나온 중국형 쏘나타 ‘링샹’도 이 차의 기반이 된 NF쏘나타보다 15㎜ 길게 만들었다.

기아자동차는 유럽에서만 파는 씨드·벤가 등의 모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씨드는 차체 뒤쪽에 위로 열리는 문을 단 해치백, 벤가는 좌석을 펼쳐 짐을 실을 수 있는 MPV다. 기아차 관계자는 “해치백·MPV 모두 유럽에서 인기 있는 차종”이라고 설명했다. GM대우는 유럽·중동 국가 중 바닷가가 많은 나라에 수출하는 토스카(수출명 시보레 에피카)의 경우 아연 도금 비율을 높인다. 염분의 영향으로 차가 쉽게 부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기아차 유럽 모델 ‘벤가’

◆차 이름도 현지화=현지 맞춤형 차는 이름부터 현지인에게 친숙하게 붙여진다. 쏠라리스(Solaris)는 러시아 고객들의 공모를 통해 정한 이름이다. 라틴어로 ‘태양’이란 뜻이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인에게 친숙한 영화감독 고(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 제목과 이름이 같아 쉽게 인지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웨둥(悅動)은 ‘운전의 즐거움(悅)’을 주는 ‘역동적(動)’인 차라는 뜻이다.

기아차의 중국형 포르테인 푸루이디(福瑞迪)는 기존 차명과 발음이 비슷하도록 이름을 붙였다. ‘성공을 위해 진취적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럽형 MPV 벤가(Venga)는 ‘가자(Let’s Go)’라는 뜻의 스페인어에서 따왔다.

GM대우는 수출 모델에 GM의 시보레 브랜드를 주로 붙이고, 르노삼성은 르노와 닛산 브랜드로 수출한다.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는 시보레 크루즈, 르노삼성의 뉴 SM5는 르노 래티튜드로 수출된다. GM대우 관계자는 “해외에선 자체 브랜드보다 모그룹 브랜드가 더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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