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금융권엔 CEO ‘인사 태풍’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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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 연말과 내년 초, 금융권이 대형 인사 바람에 휩싸이게 됐다.

먼저 한 달 동안 사장 자리를 비워 뒀던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새 사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다음 달 말께엔 기업은행이 행장 선임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내년 3월 지주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에 따라 새 경영진을 구성해야 한다.

캠코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꾸렸다고 4일 밝혔다. 9월 초 사퇴한 이철휘 전 사장의 후임을 정하기 위해서다. 비상임이사 4명과 민간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되는 임추위는 조만간 모임을 열고, 사장 후보자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후보자 선정은 서류심사로 3명 정도를 선발해 다시 면접을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캠코는 신임 사장 선임을 다음 달 말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캠코 사장 후보로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현재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인호 부사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최수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거론된다. 그동안 캠코의 역대 CEO는 모두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다음 달 말에는 기업은행장 인선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12월 20일까지다. 익명을 원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경제부처 개각과 맞물려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행장 선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동안 기업은행장 자리엔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오곤 했다. 이번에도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윤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3분기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윤 행장에 대한 연임 건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의 경우 내년 3월 주요 CEO의 연임 또는 교체가 결정된다.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 문동성 경남은행장, 송기진 광주은행장 모두 공식 임기는 내년 6월까지이지만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 회장의 경우 민영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이 반영돼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 행장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경고’를 두 차례 받아 연임이 제한될 수도 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행장 후보군으로 이순우 수석부행장과 우리금융 윤상구 전무가 거론되고 있다. 문 행장은 지난달 금감원 제재심의위 결정대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희망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CEO들도 임기 만료를 5개월 앞두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모두 임기가 내년 3월이다. 이들의 거취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작업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

내홍을 겪고 있는 신한지주 역시 사태가 정리되면 인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빅3(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중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라 회장의 후계구도가 정해질 경우 신한 계열사 CEO들을 상대로 한 후속 인사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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