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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 더 자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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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나도 평범한 직장인이라서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조찬 모임 등으로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한다. 당연히 나에겐 알람시계가 필수품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어머니가 깨워주셨으니 알람시계가 불필요했지만, 그 이후로는 줄곧 알람시계에 의존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가 깨워줄 것이라 기대(?)했으나 나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서는 아내를 만나는 바람에 여전히 나는 알람시계 애용자다.

아주 오래 전 ‘스누즈(snooze, 짧은 잠)’ 기능이 있는 알람시계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을 잊을 수 없다. ‘5분만 더’라는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는 기특한 기계였다. 맞춰놓은 시각이 되면 저절로 켜지는 라디오나 TV를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스누즈 기능이 없어 별로였다. 휴대전화를 갖게 된 후에는 알람소리가 훨씬 다양해졌지만 역시 ‘5분만 더’ 기능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인지 재미있는 알람시계도 많이 등장했다. 스누즈 기능은 기본이고 방 안을 돌아다니거나 점점 위로 올라가거나 스위치가 숨어버리는 시계도 나왔다. 직접 사용해 본 것은 별로 없지만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알람시계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빙긋 웃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알람시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누즈 간격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진짜 알람소리가 울리기 전에 새 소리나 바람 소리 등을 조용히 들려주면서 ‘자연스러운’ 기상을 유도하는 기능도 있다. 알람과 함께 날씨 정보나 주요 뉴스까지 전해주는 기능도 있다. 말 그대로 ‘스마트 알람’이다.

사실 알람시계는 서민의 애환이 깃든 장치다. 알람시계는 18세기 후반에 처음 발명됐다고 하는데, 발명자는 이른 출근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던 고단한 노동자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람시계를 사용하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 더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 그래서 알람소리를 더욱 지긋지긋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서민’들일 것이다.

혹시 늦잠을 자서 낭패를 볼까봐 알람시계가 울리기 훨씬 전에 몇 번씩 잠을 깨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정해진 시간 동안만이라도 푹 자고 나서 덜 불쾌하게 잠을 깰 수 있는 더 좋은 장치도 언젠간 개발되지 싶다. 최고의 알람시계라 할 수 있는 ‘엄마’의 목소리와 손길을 대신할 기계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박재영『청년의사』편집주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