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력영입 제도는 3D업종 중심 … IT연구 인재 유치할 때 어려움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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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게임업계의 선두주자인 엔씨소프트 김택진(43·사진) 대표는 요즘 정보기술(IT) 인력 수급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인도·러시아 등에서 우수 인재들을 영입하고 싶지만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점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회사 생활이야 직원들이 합심해 편하게 해 줄 수 있지만 그들의 자녀교육 문제, 일상생활의 불편함까지 해소해 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그의 사무실에서 고충을 들었다.

-우수한 IT 인력을 해외에서 수급하고자 하는 기업이 많은 것 같다.

“국내 IT업계 전반적으로 개발 인력이 부족하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외국인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앞선 외국의 IT 기술 환경을 그들을 통해 배울 수 있고, 그 나라의 특성과 사업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 들어오기를 꺼린다는데.

“가장 큰 문제는 자녀교육이다. 외국인학교가 있지만 정말 외국인 인재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부유한 내국인 자녀들이 다닌다. IT 인재라면 나이가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 정도 된다. 자녀교육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나이다. ”

-우선 영입해서 국내 적응을 도와주면 되지 않나.

“무작정 데려온다면 회사로서도 리스크를 안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나간다면 회사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불안정해진다. 또 게임 개발사라는 특성상 회사의 기밀이 빠져나갈 수 있다.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비자 문제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 않나.

“물론이다. 현재 국내의 많은 제도가 3D업종에 오는 외국인 인력에 맞춰 마련돼 있다. 개선한다고 하지만 IT 연구인력에 맞는 제도로서는 뒤진다. 예를 들어 IT 인재를 기업에서 꼭 필요하다는 식으로 증명하면 비자를 다른 식으로 발급해 주거나, 그 자녀들을 위한 외국인공립학교를 두는 식의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외국에 소문이 난다면 한국에 오길 꺼리는 분위기도 없어질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떤 점을 개선하려고 하나.

“같이 일한다면 공식 회의 석상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공평한 보상제도도 중요한 것 같다. 특혜를 주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국내 인력이나 다른 국가의 인력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인사도 포함된다. 외국인 임원이 포함되는 회의나 이사회에서는 영어를 사용한다. ” 

특별취재팀=안혜리·최현철·문병주·임미진·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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