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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미국 '폭정 종식' 첫 대상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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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이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 암살사건을 계기로 시리아를 거칠게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은 이슬람 테러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시리아를 조여 왔다. 지난해는 경제제재 조치도 취했다. 시리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식에서 밝힌 '폭정의 종식, 자유 확산' 대상 국가에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사태로 시리아가 첫번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아랍권에서 나오고 있다.

◆ 딱 걸렸어, 시리아=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하리리 전 총리의 야만적 암살에 따른 긴급협의를 위해 마거릿 스코비 주 시리아대사를 소환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시리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불행하게도 시리아 정부는 우리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배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사실상 시리아를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얘기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레바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리아가 최소한 이번 테러공격을 막아주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전 총리 라피크 하리리의 유족들이 16일 베이루트의 하리리 자택에서 레바논 국기에 싸인 그의 관을 붙들고 오열하고 있다. [베이루트 AP=연합]

◆ 미국의 계산=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1만4000명에 달하는 레바논 내 시리아군이 철수토록 하고, 시리아가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끝내려 한다고 아랍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테러단체 지원과 대량살상무기 개발.구매 중단, 이라크 상황 개입중단 등 미국이 그동안 시리아에 요구했던 것에 대한 실행 약속을 받아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아랍권에선 "시리아가 이스라엘에 위협요소가 되기 때문에 미국이 시리아를 압박한다"는 비난도 있다.

◆ 우선은 유엔 통해=미국은 먼저 유엔을 통해 이번 레바논 사태를 논의하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바우처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제재 등 추가조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최종적으로 시리아의 직접적 개입 가능성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 시리아를 추궁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취한 시리아 경제제재에 국제사회가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유엔 안보리도 15일 이번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레바논 정국이 추가적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 군사행동 가능성=아랍 언론들은 16일 "스코비 미국대사가 다마스쿠스를 떠나기 전 상당히 '강경한' 경고를 전달했다"며 "미국의 경고에는 군사적 조치도 분명히 담겨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범아랍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이라크식의 전면전은 아니라도 지난해 이스라엘이 감행한 공습조치 등이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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