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재건축 호가 '숨 고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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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연초부터 강세 행진을 이어가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설날 연휴 이후 대체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재건축단지에서 발화(發火)된 상승 불길이 일반 아파트로 번졌으나 매수세가 뒤따르지 않자 호가가 내린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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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두드러진 특징은 집값 오름세에 불을 질렀던 강남권 저층 재건축단지들이 잠잠해진 것이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지 않지만 매수자의 발걸음이 줄면서 오름세가 멈춘 것은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 송파구 가락 시영단지, 강동구 고덕 주공단지 등 재건축사업 초기단계인 강남권 저층 단지는 설 이후 보합 내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세 단지 모두 최고가였던 2003년 10.29 대책 이전 시세에는 2000만~7000만원 못 미치지만 호가가 너무 뛴 데다 개발이익환수제의 국회 통과 전망이 나오며 매수세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13평형은 5억~5억1000만원, 15평형은 6억~6억1000만원 선이나 1000만원 정도 떨어진 선에서 흥정이 된다. 가락 시영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가락동 삼천공인 홍순화 사장은 "설 전까지 시세가 뛴 것은 개발이익환수제 법안 통과 지연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하지만 귀했던 매물이 설 연휴 이후 점차 늘고 있으나 매수세가 없어 호가가 더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개발이익환수제와 무관한 송파구 잠실 저밀도지구 주공단지도 오름세가 멈췄다.

일반 아파트도 진정 국면이다. 최근 학군 수요가 몰렸던 양천구 목동 지역의 월드부동산 임성희 실장은 "설 전에 내 집 마련을 미뤘던 실수요자들이 급매물을 매입하며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지만 지금은 거래가 없어 호가가 주춤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거래가 제법 이뤄졌던 강남.서초지역 일반 아파트도 오름세를 멈췄다. 강남구 대치동 붐타운공인 김경화 실장은 "시세보다 5000만원 이상 싼 급매물이 이달 초 상당 부분 소화된 이후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은 "매도-매수 호가 차이가 커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북.노원.강서.영등포구 등지도 일부 거래에 숨통은 트였지만 가격 변동이 없는 편이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추격 매수세가 약하기 때문에 판교 영향권이거나 개발이익환수제를 벗어난 재건축, 뚝섬 일대 등 재료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약보합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 재료가 있는 일부 지역은 강세다. 초고층 아파트 개발 추진 계획이 드러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는 최근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이달 초보다 호가가 최고 1억원 이상 뛰었다. 신현대 아파트는 호가가 1억~1억5000만원 올라 35평형은 9억원, 50평형은 14억원 선이다. 분당은 판교 바람이 여전하다. 탑마을 대우 48평형은 최근 6억2000만~6억3000만원으로 치솟았고, 정자동 파크뷰 33평형은 7억원을 호가하지만 매물이 없다. 정자동 테크노공인중개 박은자 실장은 "판교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 이하로 정해지더라도 기대심리가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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