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출자총액제한제 존폐 놓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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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左)과 정세균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원내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右)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여야의 진단은 너무 달랐다. 그러니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드러난 여야의 경제시각이다. 야당은 문 닫는 중소 자영업자, 청년 실업자 증가를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주가 상승을 제시하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와 정부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분식회계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의 의견은 갈렸다. 야당은 투자의 걸림돌, 정부.여당은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현 경기에 대한 여야 의원의 시각차가 두드러졌다.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요즘 청년실업을 빗댄 '대학 둥지족'(졸업을 못하는 학생)이나 '낙바족'(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취업을 한 학생)이라는 유행어가 생겼다"며 "재래시장 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가게문을 닫고 청년실업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정부는 주가상승과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만 보고 경기호전을 주장하고 있다"고 정부의 경기낙관론을 꾸짖었다. 같은 당 김정부 의원은 "감세정책 차원에서 LPG 특소세를 폐지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은 "조세감면 정책은 정책 시행과정의 시차 때문에 경기조절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경기회복론을 편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유류나 자동차 특소세는 잠정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세나 에너지세적 성격"이라며 감세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공방=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출자총액제한 제도 적용대상 기업의 자산총액 기준을 5조원에서 6조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한 전날 당정협의의 연장선에서 이 제도의 골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그런 제한을 유지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집은 정책의 일관성이 아니라 심각한 투자의 걸림돌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애실 의원도 "출총제가 직접설비 투자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어도 투자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정부의 역할은 기업에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당론에 반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해찬 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적극적으로 반격했다. 이 총리는 "이른바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이 상호출자 등을 통해 빚이 쌓이고 그 결과 IMF라는 위기를 겪지 않았느냐. 현 단계에서 완전폐지는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이나 국가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저해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이해찬 총리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 유예와 관련,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기조와 다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부담을 질 각오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부부처를 이전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나온 것이 아니다"며 "다음달 중에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김정하 기자<oliv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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