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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개점휴업’ 최홍만, 뭐 하고 지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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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격투기 스타 최홍만(30·사진)은 어디 있을까. 링이 아닌 무대 위에 있다.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16’이 열린다. 세미 슐트(37), 알리스타 오브레임(30), 피터 아츠(40·이상 네덜란드) 등 격투기 스타들이 연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결선 티켓을 얻기 위해 싸운다. 국내에서 대회가 열리지만 열기는 없다. 최홍만을 비롯해 국내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홍만 1년째 휴업 중=최홍만은 지난달 28일 방송된 SBS 연예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 2m18㎝의 큰 키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일본 오락프로그램에는 매달 출연하고 있다. 지난봄 인기를 끌었던 일본 NTV 인기 드라마 ‘괴물군’에 프랑켄슈타인으로 나와 코믹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홍만은 지난해 10월 종합격투기 대회에서 자신보다 43㎝ 작은 미노와맨(34·일본)에게 패한 뒤 1년째 링에 서지 않고 있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K-1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격투기에 입문한 최홍만은 매년 한국 대회 흥행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K-1 주최사 FEG는 이번 대회에 그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격렬한 싸움을 할 만큼 몸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홍만은 FEG에 “격투기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내년 이후엔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홍만은 2008년 4월 군입대를 했으나 훈련부적격 판정을 받고 퇴소했다. 그해 6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성장호르몬 분비 수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근력이 떨어졌는데, 최홍만의 경우는 평균보다 회복 속도가 늦은 편이다. 전성기 때 160㎏였던 체중이 140㎏으로 빠졌다.

최홍만은 수술 후 바다 하리(26·모로코), 레이 세포(39·뉴질랜드) 등 강자들과 맞붙었지만 모두 판정패했다. 기술이 아닌 힘으로 상대를 압박했던 최홍만이기에 힘이 떨어지자 이길 방법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홈런왕 출신 호세 칸세코(46·쿠바)에게 승리했을 뿐 수술 후 1승4패로 부진했다.

FEG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홍만이 한때 밥 샙(36·미국)과 슐트를 차례로 꺾는 등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지만, 지금은 이벤트 매치 선수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정연수 FEG 코리아 대표는 “최홍만이 링을 떠나지 않는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반쯤 은퇴상태에 있는 최홍만이 링에 언제 돌아올지는 기약이 없다.

◆격투기 열기도 식어=최홍만 뒤를 따랐던 김영현·이태현 등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들도 사라졌다. 이태현은 격투기에 한계를 느끼고 모래판으로 돌아갔다. 또 경량급 K-1 링에 섰던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최용수·지인진도 떠났다. 펀치와 킥을 모두 사용하는 이종격투기 전문 선수들을 상대하기 어려웠던 데다, 격투기 시장이 침체돼 수입도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아시아 격투기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부터 거품이 꺼졌다. K-1과 시장을 양분했던 종합격투기 프라이드는 야쿠자 관련설에 경영난까지 겹쳐 2007년 미국 UFC에 매각됐다. 라이벌이 없어지면서 K-1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격투기 팬들이 점차 줄어든 데다, 그나마 경기 수준이 더 높은 UFC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추성훈도 UFC에서 뛰고 있다. 스폰서도 떨어져 나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일본 시장이 줄어들자 한국 시장은 고사 직전에 있다. 최홍만 등 인기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자 팬들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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