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일류 조련사 지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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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주미대사가 15일 오전 외교부청사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대사는 40여분간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한.미동맹, 개인 신상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 15일 임명된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가 이날 오전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 "한.미 정책공조가 최선책"=홍 대사는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관련,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역시 한.미동맹에 바탕을 둔 정책공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에는 회담 당사자들 간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사는 "워싱턴에 부임한 뒤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한.미동맹 관계를 보다 건강하고 균형된 모습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2003년 5월 양국 정상이 합의한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게 저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성명을 발표한 의도에 대해 그는 "성명을 읽으면서 상당히 실망했다"면서 "다만 북한을 한번 이해해 주는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미국의 성의있는 태도를 재차 촉구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는 정책을 실천해갔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 "양국 민간관계 개선 노력"=대북정책의 기조에 대해 그는 "말을 조련할 때 최고의 조련사는 각설탕을 쓴다고 하며, 가장 수준이 낮은 조련사는 채찍만 쓴다고 들었다"며 "현실 속에서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일류 조련사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의 목표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킨 뒤▶경제발전을 위한 여러 당근이 제공되고▶이를 통해 북한의 인권이 향상되며▶궁극적으로 남북, 북.미, 북.일관계가 모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한.미 간에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진지한 대화와 의견교환을 통해 접근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관계를 진단해 달라'는 질문에 홍 대사는 "정부 간 정책공조엔 빈틈이 없다"며 "다만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반미감정이 표출됐고, 이에 상응해 미국 사회도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에 대한 정부의 기대도 양국의 민간 부문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감정의 앙금을 잘 처리해 달라는 주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유엔총장 꿈 갖고 싶다"=홍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 출마설에 대해 "아시아에 차기 총장 자리가 주어질 것으로 보며, 적당한 시점에 정부가 도와준다면 한번 꿈을 갖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주미대사 추천 배경에 대해 그는 "몇 분이 저를 추천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주미대사 자리를 발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의 관계에 대해 그는 "중앙일보의 최대주주로서 상법상 재산으로서의 의미는 있겠지만 한번도 저의 사유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지분을 처리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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