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e친구랑 운전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서울 대치동에 사는 주부 박모(42)씨는 한 번 가봤던 길도 잘못 찾는 '길치'다. 평소 운전은 그럭저럭 하는 편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길은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아무 어려움 없이 승용차를 몰고 경기 강화도를 다녀왔다. 목적지를 설정해두기만 하면 지도와 음성 등으로 길을 안내해주는 첨단 장비 덕분이었다.

'카 내비게이션(car navigation)' 시대가 활짝 열렸다. 간단한 길 안내와 과속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단말기, GPS에 디지털 지도가 더해진 '내비게이션', 교통 상황을 알려주고 식당까지 예약해주는 '텔레매틱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카 내비게이션 제품들이 나와있다.

◆텔레매틱스='길 안내'의 최첨단 형태는 최근 국내 자동차사와 이동통신사들이 속속 내놓고 있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다. 텔레매틱스(telematics)란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다.

국내에 나와 있는 텔레매틱스 중 성능이 뛰어난 제품은 현대.기아차가 2003년 말 차량 내장형으로 내놓은 '모젠'이다. 실시간 교통 상황에서부터 길 안내.생활정보.긴급 구난.원격 차량진단.인터넷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체 정보센터의 상담원이 전화를 대신 걸어주거나 식당을 찾아주는 등 비서 역할까지 한다. 성능이 좋은 만큼 비싸다. 중형차인 쏘나타에 들어가는 'MTS 200' 단말기가 최저 183만원. CD플레이어.TV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에쿠스에 장착되는 'MTS 300'은 최고 634만원에 이른다. 쌍용차도 지난 2일부터 KTF와 함께 멀티미디어를 갖춘 텔레매틱스 서비스 '에버웨이(Everway)'를 시작했다. 뉴 렉스턴 최고급 모델에 우선 적용하고 차츰 대상 차종을 넓혀 갈 계획이다. 국내 처음으로 음성인식장치를 달아 말로도 다양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단말기 가격은 518만원. 르노삼성차도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의 휴대전화형 서비스를 차에 적용한 수준이다.

내장형이 비싸 부담스럽다면 이동통신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 SK텔레콤(네이트 드라이브)과 KTF(K-웨이스).LG텔레콤(이지 드라이브)이 각각 자사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길 안내에서부터 긴급 구난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장형과 다른 점이라면 전용 모니터 대신 휴대전화 단말기로 길 안내 등 정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화면이 작아서 상세한 지도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휴대전화 외에 별도의 내비게이션 키트를 사야한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텔레매틱스 서비스 가운데 도로 정체 정보는 서울.부산 등에서만 10분 단위로 제공된다"며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라 완벽한 서비스까지는 4~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이동통신 서비스가 없이 디지털 지도가 들어있는 모니터와 GPS만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모르는 길도 음성으로 안내해 준다. 텔레매틱스와 다른 점이라면 교통 상황과 뉴스 등 생생한 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예정된 이동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곧바로 새로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고 과속방지 카메라 위치와 도로 및 지역 정보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최소 100만원 가량은 줘야 내비게이션을 살 수 있었다.

◆GPS단말기=주요 기능은 과속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또 속도측정.사고 위험지역.고속도로 진입로.터널 등 간단한 도로 정보도 제공한다. 40여개 중소기업체 제품이 나와있다. 현대오토넷 등의 대기업 상표로 팔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대기업 유통망을 빌린 중소기업 제품들이다. 지난해 초에는 적어도 20만원은 줘야 살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10만원 안팎까지 값이 내렸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