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안정감… 노대통령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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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많이 달라졌다. 청와대 측은 "국정 기조는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개인 스타일에서 한결 여유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주변 참모들의 전언이 일치한다.

노 대통령은 연초 담배를 끊었다. 아직까지 한 대도 피우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취임 이후 격론이 벌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슬쩍 참모들의 담뱃갑에 손이 갔던 노 대통령이다.

야당과 언론에 대한 항변과 지적이 거의 없어졌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편집돼 방영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후반기 한 TV좌담에 나가선 "한나라당이 나를 '청개구리'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분노를 참지 못했었다. 언론 보도에 대한 송사로 날이 지샜던 이전과 달리 홍보수석실이 발췌해 주는 비판 보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 핵심 참모는 "눈꺼풀 수술도 업무가 적지않은 노 대통령이 '바쁘더라도 이 참에 할 건 하고 가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일정도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오전.오후가 다르게 뉴스를 쏟아내던 이전과 달리 중장기 전략 과제를 제외한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절제하고 있다. 최근 새만금 사업, 지율 스님 사건 등 사회갈등 사안에 대해선 "총리실 주도하에 관련부처에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북핵 문제를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반기문 외교부 장관 중심으로 대응토록 한 것도 '전략적 측면'보다는 스타일의 변화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으로 올라온 보고서에 가끔 댓글을 달아주는 것 외에 청와대 참모들을 급히 호출하는 빈도도 줄었다고 한다.

화법도 '하라'형에서 '하자'형으로 달라지고 있다. "꼭 역량있는 정부를 만들어 우리 떳떳하게 월급 한 번 받아봅시다"(2일 장관 워크숍) 같은 유형이다. 한 핵심 참모는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여유와 안정감은 분권형 국정운영, 당정분리의 시스템이 확립됐다는 만족감과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나는 개혁 쪽이지만 비서실장은 안 치우친 사람이 좋겠다'고 한 연두회견의 공언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나온 여유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스타일의 변화가 포용 기조, 실용주의 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참모는 "손님이 있는 관저 응접실에 안고 나올 정도로 예뻐하는 손녀의 재롱에 노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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