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LCD·PDP 업계 '적과의 동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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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각종 디지털가전 제품의 필수부품인 액정(LCD)과 플라스마 디스플레이패널(PDP)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옛 경쟁기업과 손잡거나 아예 완전 철수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생존을 건 합종연횡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 PDP부문에서 1, 2위를 점하고 있는 마쓰시타(松下)와 히타치(日立)는 지난 7일 PDP사업에서 포괄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절전기술 등을 공동개발하는 한편 PDP TV에 사용하는 부품을 공동구매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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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를 합하면 일본 내 시장점유율은 59%에 달한다. 제휴로 인한 '규모의 효과'로 비용절감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두 회사의 분석이다.

한편 후지쓰(富士通)는 최근 LCD와 PDP 사업을 접기로 했다. 더 이상 이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후지쓰 관계자는 "패널에서 TV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일괄 공정을 갖지 않는 한 비용절감을 이뤄낼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철수 배경을 밝혔다. 관련업계에서 패널사업부문을 철수한 업체는 후지쓰가 NEC에 이어 두 번째다.

후지쓰는 PDP는 히타치에, LCD부문은 샤프에 팔기로 했다. 공장과 종업원을 포함해 관련 특허도 모두 판다는 방침이다. 후지쓰는 대신 반도체분야에 투자재원을 집중키로 했다.

이 같은 업계 재편의 가장 큰 배경은 패널 가격의 하락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사마다 생산을 늘리게 됐고 이 여파로 일본과 미국 등지의 일선 매장에서는 최근 1년 동안 LCD.PDP TV의 가격이 20~40%나 떨어졌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로선 거액의 설비투자와 개발비용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예컨대 마쓰시타의 경우 지난해 설비투자액 3400억엔 중 14%인 480억엔이 PDP에 투입됐고 2006년까지 누적 투자액만도 25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비용절감을 위해선 다른 회사와 손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LCD와 PDP TV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는 업계 내에 이견이 없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LCD TV 수요는 지난해 798만대에서 2009년에는 약 7배인 59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PDP TV도 지난해 232만대에서 2009년 116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민간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는 "2006년까지 패널 업계의 재편은 더욱 가속화돼 참여업체의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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