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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빨랫방망이서 배운다, 요즘 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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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정보기술(IT) 기능을 갖춘 가전제품들이 옛 살림 도구의 장점까지 접목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첨단 전기밥솥에 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모티브를 제공한 전통 가마솥의 모습. [중앙포토]

김장철인 11월 하순에 땅속 온도는 평균 섭씨 5도이고,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섭씨 0도∼영하 1도로 유지된다. 땅속에 파묻힌 전통 김장독은 이처럼 일정한 온도에서 김치를 숙성시킨다. 땅과 직접 맞닿기 때문에 전문용어로는 직접 냉각 방식이다. ‘토종 가전제품 1호’로 꼽히는 김치냉장고 ‘딤채’가 탄생한 원리다. 기존 일반냉장고가 냉기를 순환시키는 간접 냉각 방식으로 10도 정도의 온도 편차를 나타내는 데 반해, 위니아만도의 딤채는 김장독과 같은 직접 냉각 방식을 채택해 온도 변화가 1도 이내에서 유지된다.

#촉촉하고 차진 가마솥 밥맛 재현

이처럼 옛 전통 기술에 첨단을 입힌 ‘온고지신 가전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자 가전업체들이 김장독을 비롯해 가마솥·맷돌·빨랫방망이 등 옛 살림도구의 장점을 살리고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쿠첸은 전통 가마솥을 응용한 ‘명품철정(名品鐵鼎)’을 출시했다. 솥 내부 표면에 철 미세입자를 고온으로 녹여 뿌리는 ‘용사 기법’을 적용해 만든 프리미엄 가마 내솥이다. 기존의 동급 밥솥보다 열효율이 높아 쌀알 하나하나가 골고루 차지게 익는다. 진짜 가마솥 밥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또 무쇠로 만들었기에 내구성이 뛰어나 벗겨짐 현상도 개선됐다. 쉽게 식지 않는 철의 특성으로 보온 효과도 뛰어나고, 밥알을 촉촉하게 유지해준다. 보온할 때 열을 적게 가해도 돼 수분이 날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쿠첸 윤희준 광고홍보팀장은 “최첨단 기술 적용이 보편화된 가전업계에 조상의 전통 방식을 적용한 제품들의 출시는 이색적인 시도”라며 “옛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치는 온고지신 정신이 가전업계에서도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두드리고 비비고 주무르는 세탁기

1 쿠첸의 ‘명품철정’ 2 쿠쿠홈시스의 ‘쿠쿠내추럴워터 냉온 정수기’ 3 LG전자의 ‘6모션트롬’ 세탁기.

LG전자의 프리미엄 세탁기 ‘6모션 트롬’은 옛날 빨랫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고, 비비고, 꼭꼭 짜주던 방식을 도입해 여섯 가지 세탁 동작을 최적화했다. ‘두드리기 모션’은 빨랫방망이로 두드리듯 세탁 성능을 강화했으며, 세탁 후 한 번 털어낸 수준으로 구김 제거 기능을 높였다. ‘비비기 모션’은 세제를 효과적으로 녹여 기존 세탁기에 비해 시간을 줄여주며, ‘주무르기 모션’은 조물조물 빨아주는 듯한 동작으로 꼼꼼하게 빨아준다. 또 ‘흔들기 모션’으로 살랑살랑 세탁해 옷감을 보호해주며, ‘꼭꼭 짜기 모션’은 옷감 사이로 물을 통과시켜 헹굼 성능을 강화했다. ‘풀어주기 모션’은 옷감이 엉키지 않도록 골고루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부강샘스의 청소기인 ‘레이캅’은 이불을 두드려 털어낸 뒤 햇볕에 쬐어 살균하는 전통 방식을 과학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이 기술을 통해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는 매트리스·침구·카펫과 같은 직물에 붙어 있는 세균과 집먼지 진드기, 미세 먼지 등 각종 유해 물질을 제거한다. 1분에 3600회 왕복 펀치 기능으로 각종 세균과 집먼지 진드기, 미세먼지 등을 두드려 털고 자외선으로 살균한다. 침구뿐 아니라 카펫·소파·인형 등 모든 직물 소재에 활용할 수 있다.

#민간요법서 쓰던 자연소재 필터로 쓰기도

웅진코웨이의 ‘웅진케어스 초슬림 공기청정기’는 각종 민간요법에서 사용되던 자연 소재를 필터에 적용했다. 인체에 무해한 은행나무·붉나무의 천연 추출물을 이용해 독감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없애준다. 또 황사·바이러스 제거 등의 필터를 하나로 통합한 ‘멀티케어 필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정수기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쿠쿠홈시스도 참숯을 이용한 필터를 개발했다. ‘쿠쿠 내추럴워터 냉온 정수기’는 참숯을 정수 필터에 장착해 세균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냄새까지 없앤 깔끔한 물을 제공한다. 쿠쿠홈시스 정현교 마케팅팀장은 “친환경 소재인 참나무를 고온에 정성스럽게 구운 참숯을 이용해 천연 내추럴 필터를 개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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