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부실대학에 3년간 316억 ‘헛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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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초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인 ‘부실 대학’으로 발표한 30개 대학 중 29개 대학에 지난 3년간 300억원이 넘는 나랏돈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대학이 결국 부실 대학 명단에 올라 지원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6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보환(한나라당)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30개)에 대한 2007~2009년 국고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9개 대학에 3년간 총 316억원이 지원됐다. 이달 초 발표된 부실 대학(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등이 낮은 곳으로 4년제와 전문대가 각 15곳씩이다.

지원액은 상지영서대(강원 원주)가 39억여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라벌대(36억여원)·대구공업대(35억여원)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부실 대학 중 퇴출 대상에 해당하는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경북과학대에도 25억원이 투입됐다. 10억원 이상이 지원된 대학만 9곳이었다.

서라벌대와 대구공업대 등 상당수 대학은 교과부가 실시한 ‘전문대 특성화·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돼 수십억원을 지원받았다. 당시 교과부는 ‘교육 여건과 성과가 좋은 상위 60%의 전문대를 지원한다’며 2008년 497억원, 2009년 2298억원, 올해는 2588억원가량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부실 대학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예산을 마구 퍼준 셈이 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은 국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국립대의 장학금 지급에도 문제가 있었다. 박 의원이 밝힌 ‘2007~2009년 전국 35개 국립대의 장학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3년간 35개 국립대에서 자퇴한 학생 수는 2만6400여 명이었다. 이 중 1만172명에게 101억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자퇴생에게 지급된 장학금 액수는 전북대가 11억3500만원으로 최다였고 전남대(10억8900만원)·공주대(9억65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10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원받은 뒤 자퇴한 학생도 23명이나 됐다. 자퇴생의 88%는 1, 2학년 때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국립대가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많은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자퇴생이 속출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졸업을 조건으로 4년간 장학금을 주는 등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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