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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실험용은 넘어선 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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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10일 북한의 기습적인 핵보유 성명이 국내외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대해선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갖고 있을까. 있다면 어느 수준일까. 북한 핵무기와 관련된 의문들을 짚어본다.

◆ 북한 핵 진짜 있나=정부는 북한 핵과 관련해 '원시적인 핵폭발장치'가 존재할 가능성을 얘기해 오다 올해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이를 '핵무기'로 격상했다. 국방백서는 "플루토늄으로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핵폭발장치'는 실전에 사용할 수 없다. 과시용 또는 실험적인 차원을 뜻한다. 반면 '핵무기'는 핵폭탄 또는 핵탄두를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 투하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002년부터 "정보 당국 분석에 따르면 1~2기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수 있다"고 밝혀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없다'보다는 '있다'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우라늄탄인가, 플루토늄탄인가=북한 핵무기는 현재로선 플루토늄(Pu)탄을 의미한다. 북한이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이전에 영변 5MWe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10~12㎏를 추출했을 것으로 정부는 추정한다. 또 북한은 2003년 이후 이 원자로에서 배출된 사용후 핵연료봉 8000여개를 재처리했다고 공언했다.

사용후 핵연료는 천연우라늄 또는 저농축(U-235 3% 함유) 우라늄을 원자로에 넣어 연소(핵분열)시켜 타고 남은 재다. 여기에 핵분열 과정에서 생긴 플루토늄이 극소량 들어 있다. 92년과 2003년 것을 더하면 북한의 플루토늄은 34~48㎏으로 늘어난다. 플루토늄탄 6~8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앞으로 북한이 5MWe 원자로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재처리하는 게 당국이 우려하는 '추가 조치'다.

북한은 또 고농축우라늄(HEU: Highly Enriched Uranium) 확보도 추진 중이라고 한.미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92년 우라늄탄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우라늄 농축은 올해부터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 1t 이하의 핵탄두 제조 능력은=핵무기가 가동하려면 원하는 곳에 떨어뜨리는 '투하 수단'과 결합해야 한다. 핵폭탄을 실을 수 있는 북한 폭격기 IL-28은 속도가 느려 격추 가능성이 커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에 닿는 노동.대포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게 북한의 목표다. 이러려면 무게가 1t이 넘지 않는 핵탄두 개발이 중요하다. 과거 알려진 북한의 원시적인 핵폭발장치는 무게가 2~3t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은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면서 핵탄두 설계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실험(98년 5월) 전에 이 탄두기술을 도입했다면 지금쯤 탄두를 만들 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 다음 수순은 핵실험인가=핵보유 선언에 이은 마지막 극단 행동은 핵실험이다. 핵실험은 깊이 100m 이상 지하에서 이뤄지지만 실험 뒤 지진파와 대기에 유출되는 방사능으로 곧바로 포착된다. 핵실험 뒤엔 북핵 문제를 다루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핵실험의 전 단계로 91년 이전에 핵무기의 기폭장치 실험인 고성능폭약실험(핵무기를 폭발시킬 때 사용되는 화약이 정확한 시간에 터지도록 장치된 핵폭발 실험)을 70여회 실시했다. 이후에는 완성품 기폭실험을 70여회 실시한 것으로 정보기관은 파악한다.

◆ 핵 개발 어디서 주도하나=북한의 일반적인 원자력 연구와 개발은 원자력공업부가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와 관련된 군사적인 개발은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극비에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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