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리워 60년 울며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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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그리워 꿈속에서나 생시나 60년 세월을 흐느껴 울며 살았다.”

올해 4월 탈북한 뒤 6개월째 제3국 현지 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국군포로 김모(84)씨가 고국 송환을 바라는 21장 분량의 탄원 편지(사진)를 보내 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이달 이 영사관을 방문해 직접 받은 편지에서 김씨는 지난 60년의 역경과 송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빼곡히 담았다.

편지에 따르면 김씨는 스물네 살이던 1950년 10월 입대해 이듬해 강원도 인제·양구 인근 전투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가 사망한 줄 알고 군번줄만 회수한 후 퇴각해 남한에선 전사 처리까지 됐지만, 김씨는 며칠 뒤 의식을 회복해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혔다. 1953년 중립국 감독위원회가 북한을 돌며 국군포로를 조사했지만 북한이 국군포로들을 평남 양덕군 맹산 골짜기에 숨겨 포로 교환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평양 순안비행장 건설 노역에 동원됐다고 한다. 포로로 잡힌 뒤 60년 만인 지난 4월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지만 현지 공관에서 발이 묶였다.

김씨는 “북한에서 국군포로라는 이유로 숱한 제약을 받으며 살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를 이해한 자식들이 탈북을 도와줬다”며 “자식들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북한에서 사망 신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김씨는 편지 전문을 국회에서 꼭 낭독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국군포로 송환 문제는 ‘조용한 외교’가 아니라 유엔 등을 통해서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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