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 제작 중 "경호원 총에 사망" 주장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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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육영수 여사를 사망케 한 '8.15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에 관한 외교문서가 31년 만에 공개됐다. 그러나 저격범 문세광의 배후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2일 밤 10시55분 방영하는 '누가 육영수 여사를 쏘았는가'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제작진은 1974년 사건 당시 서울시경 감식계장으로 수사본부에 참여했던 이건우 경감(작고)의 주장에 주목한다. 사건 발생 15년 후인 89년, 이 경감은 현장 검증을 하기도 전에 청와대 경호실에서 탄두를 수거해 갔다며 탄흔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다섯발을 장전하는 권총을 사용한 문세광은 연단, 태극기, 천장에 세 개의 탄흔과 오발 한 발을 남겼다는 얘기다. 또 한 발은 문세광의 총에 남아 있었다. 결국 육 여사는 문세광의 총에 맞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경감은 비표도 없이 총을 가진 채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던 경호 경비도 의문스럽다고 말했었다.

제작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총에 맞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SBS의 의뢰로 사건 당시 화면과 총성을 분석한 숭실대 배명진(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11일 "문세광의 총성은 1, 2, 3, 5번째였으며 4, 6, 7번째 총성은 다른 총소리로 분석됐다"며 "육영수 여사는 네 번째 총성 직후에 자세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배교수는 또 "네 번째 총성은 문세광의 후방 좌측에 있던 경호원의 총에서 발사됐고, 오발이 육영수 여사에게 명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경호원의 총에 육영수 여사가 쓰러졌다는 배 교수의 주장은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며 "배교수가 총기 전문가가 아닌데다 총성만으로 판단하기엔 근거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음향 분석 결과 나타난 문세광의 총성 사이에 또 다른 총성이 있었다는 내용만 방영할 예정이다.

제작진이 지난달 서울 중앙지방 검찰청에 신청한 당시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받아들여져12일 공개된다. 여기에는 총탄 감정결과와 저격 현장 녹음 분석 결과 등이 포함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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