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트위터, 그 위험한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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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트위터 경영이란 대표적 SNS(Social Network Service)인 트위터를 경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CEO는 트위터를 통해 고객에게 받은 피드백을 경영 활동에 반영할 수 있다. 트위터 경영의 가장 큰 효용은 고객과의 직접 소통이다.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정제된 보고서만 접해 온 CEO에게 제품·서비스에 대한 생생한 반응, 포장되지 않은 기업 이미지 등 생생한 고객 정보를 제공해 준다.

소탈한 이미지 그러나 벌거벗었다간…

트위터링을 마케팅 등 경영 활동에 활용한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의 개성과 인간미를 솔직 담백하게 자신만의 메시지와 스토리에 담아내면 팔로워를 비롯해 일반 대중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소한 일상사는 물론 삶의 철학, 기업 비전, 경영과 관련한 고민 등을 잘 전달하면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축한 친숙한 이미지가 신세계에 대한 친숙함과 신뢰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거죠.”
트위터는 개인 간의 수평적인 소통의 장이지만 셀러브리티나 콘텐트가 독보적인 사람은 여기서도 허브를 형성한다. 돈·유명세 같은 권력과 지식이 구심력으로 작용해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점은 유명 CEO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는 트위터링이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팔로워들은 CEO가 풍기는 아우라에 끌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CEO 트위터리언 중 가장 인기가 높다.하루 평균 30개의 글을 올리는 트위터 매니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 8월 15일 트위터마저 내려놓고 일주일 휴가를 떠났다. 개점휴업인 그의 트위터의 팔로워는 그러나 매일 늘어난다. 18일엔 7만 명을 넘어섰다. 일부 팔로워 사이에서 그는 대장님으로 통한다. 트위터상에서 그가 구사하는 용어는 젊고 격의가 없다. 그래서 아들뻘인 20대가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지난봄 박 회장의 맞팔로워로 홍보대행사 간부로 있는 모씨는 블로그에 ‘깜짝 선물로 나를 감동시킨 트위터 친구 박용만 회장님’이란 글을 올렸다. 야구를 좋아하는 외아들이 팔을 다쳐 수술 받게 된 사연을 올렸다가 뜻밖에 박 회장에게서 직접 쓴 편지와 선물을 받은 이야기였다. 이 맞팔에게 e-메일까지 보내가면서 주소를 알아낸 박 회장은 “다치면 엄마, 아빠가 힘드시니 얼른 나으라”고 쓴 편지와 함께 아이가 좋아한다는 두산베어스 김현수 선수의 사인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 프라 모델을 보냈다.

박 회장은 그러나 “트위터를 경영에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경영 활동 중 휴식이 필요할 때 트위터에 손
이 간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난 5월 계열사 밥캣의 증자설이 떠돌았을 땐 “전혀 아니다. 증자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며
진화했다. 그는 “CEO가 트위터를 하는 건 리스크도 있지만 가까운 CEO에게 한번 해 보라고 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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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미지 관리에 유용
신동규 두산그룹 홍보실 상무는 트위터는 CEO가 잘 사용하면 CEO 및 기업 이미지 관리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트위터상에서 두산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농담 주고받는 것을 보고서 ‘회장님이 존경스럽다’ ‘난 두산 직원이 아
니지만 대장님이라고 부르고 싶다’ ‘저런 회사 다니고 싶다’는 외부 사용자들이 많습니다.” 박 회장도 “트위터를 하면 경우에 따라 CEO로서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은 수퍼콘서트 등 회사가 주최하는 행사를 트위터를 통해 안내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 각 지점의 트위터 계정을 리트윗(전달)하면서 팔로우를 요청한다. 트위터를 마케팅 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CEO가 트위터를 하면 “고객과의 소통은 물론 마케팅 등 경영활동, CEO의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IT 기업인 KTH의 박태웅 부사장은 트위터를 정보 수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습득하는 IT 정보의 80% 이상을 트위터를 통해 얻는다는 그는 “트위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시간 매체로 환상적인 사회적 여과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이 접한 온갖 정보를 나름대로 선별한 후 자신의 해석을 곁들여 트위터에 올립니다. 정보의 가치가 뛰어날수록 다른 전문가들이 리트윗할 가능성이 커요.제가 팔로잉하지 않는 전문가들의 귀중한 정보까지 저에게 흘러 오는 것은 이런 리트윗의 연결고리 덕입니다. 잘못된 정보일 땐 오래지 않아 이를 바로잡는 다른 전문가의 트윗이 뜨죠.”

대한항공은 트위터하는 CEO는 없지만 회사의 공식 트위터계정을 고객과의 소통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봄 아이슬란드 화산재 영향으로 ‘항공대란’이 벌어졌을 때의 일이다. 결항 사태가 빚어지자 대한항공 콜센터에는 전화가 폭주했다. 당연히 전화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한항공 공식 트위터에 접속한 트위터리언들은 그러나 트위터 담당자에게서 실시간으로 결항 정보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 회사의 트위터는 항공사의 특성을 살려 아침이면 “비행을 시작합니다”, 저녁이면 “착륙합니다”란 인사말을 내보낸다. 정보기술(IT) 기업인 메디컬잡은 CEO의 개인 계정과 회사 계정을 차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 유종현 대표는 “CEO 계정은 인맥 관리, CEO 및 기업 이미지 관리에, 회사 계정은 채용 정보와 회사 소식을 제공하고 이벤트를 공지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는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고객인 구성원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러자면 두 고객 집단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트위터하는 CEO는 자칫 이 두 집단 중 외부고객 쪽으로 기울 수 있다. 고객의 불만을 직접 나서서 해소하다 보면 회사 시스템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CEO의 트위터 계정이 회사의 민원창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렇듯이 트위터는 선용될 수도 있고 오용될 수도 있다. 경영 도구로서 트위터의 효용도 결국 사용자인 CEO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필재 경영전문기자 jel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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