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독일로'힘찬 첫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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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을 향해 뛴다. 후반 35분 에인트호벤 팀 동료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승리를 확신하는 쐐기골을 터뜨린 이영표가 높이 솟구치며 환호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경기 후 응원단에 인사하는 대표팀 선수들. [연합]

독일로 가는 기차가 순조롭게 출발했다. 설날 저녁에 전해진 승전보는 연휴를 끝낸 직장인들의 이야기꽃을 피우게 했다.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날인 지난 9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쿠웨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전반 23분 이동국(광주)의 왼발 발리슛과 후반 35분 이영표(에인트호벤)의 추가골로 2-0으로 이겼다.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은 1-1로 비겨 한국이 조 1위(승점 3)가 됐다.

첫 고비를 잘 넘긴 한국은 3월 26일 오전 1시45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아르헨티나 출신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A조에서 가장 큰 난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걸프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쿠웨이트에 지는 장면을 봤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훨씬 더 강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를 승리로 이끈다면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에 청신호를 켤 수 있다.

쿠웨이트와의 경기는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흡족한 경기였다. 설기현(울버햄프턴).박지성(에인트호벤).이영표 등 해외파가 가세하면서 공격 밀도가 높아졌고,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허리'가 살아나 경기를 주도했다.

지난해 7월 아시안컵 이후 7개월 만에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춘 박지성-김남일(수원)은 본프레레 감독 취임 이래 가장 성공적인 중원 장악을 보여줬다.

박지성은 이날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초반부터 수비 위주로 나선 쿠웨이트를 미드필드로 끌어내려는 계산이었다. 박지성의 공간 침투 뒤엔 어김없이 김남일의 전진 패스가 이어졌다. 오랜 재활 끝에 돌아온 김남일은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한편 박지성이 터준 공간에 날카롭게 찔러넣는 패스로 볼을 배급했다.

전문가들은 "공격 지향적인 박지성의 공간 침투와 시야가 넓은 김남일의 킬 패스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똑같이 수비형인 김남일과 김상식(성남)이 중원을 맡았던 이집트전과 경기 내용이 눈에 띄게 달랐던 이유다. 쿠웨이트는 중원에서 압도를 당해 경기 내내 단 2개의 슈팅만 날렸다.

아직 미흡한 점도 있었다. 궁여지책 끝에 오른쪽 윙백을 맡은 이영표는 이천수(누만시아)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 유경렬(울산)이 중앙에서 지휘한 수비진도 위기는 없었지만 이는 앞선에서의 압박으로 인한 결과였으며 수비수끼리의 커버 플레이는 여전히 매끄럽지 못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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