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빨리빨리 건강법의 극단 '비타민 복용 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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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40대 샐러리맨 김씨가 만성피로로 내원하였다. 그의 생활을 보면 언젠가는 뻥 터질 시한폭탄인데도 그는 자신만만하였다. 지방간, 고혈압, 고지혈증에 흡연, 음주 등 어느 것 하나 안심할 것이 없는데 그가 그토록 자신만만한 이유는 그의 서류가방 속에 숨겨져 있었다. 그가 서류가방을 열자, 온갖 비타민 약통들이 쏟아져 나왔다. 약국을 차려도 될 정도로 그의 비타민 리스트는 지용성, 수용성, 합성, 천연, 국산, 외국산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현재 장수하는 텔레비전 건강프로그램이 비타민이듯 비타민은 무척이나 긍정적인 영양소로 다가온다. 비타민은 우리 몸에 외부의 식품이나 약물을 통해서만 공급되기 때문에, 적절한 비타민 복용은 중요한 내몸 경영 활동이다. 식품으로 비타민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어려운 바쁜 이들에게 적절한 비타민 제제나 보조식품의 활용은 최선의 건강도우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타민 제제나 보조식품이 만병통치약이나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데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독약보다 더 못한 것이 될 수 있다.

비타민을 사용하는데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비타민은 보조제일 뿐, 인체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비타민은 정상적 식사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비타민역할 제한 원칙이다. 얼마 전 실시된 대규모 역학조사는 그간 인류가 비타민에 대한 환상과 무지가 심했음을 보여준다. 또 현대인의 비타민 사용이 누더기옷을 기워놓은 것처럼 막무가내였음을 반성케 한다.

일명 비타민쇼크, 코펜하겐쇼크로 불리는 조사결과는 잘못된 비타민 사용이 오히려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는 위험요소임을 알려주었다. 뭔가 대단한 것이 든 비타민과 미네랄 집약체 한 알을 복용하는 것으로 모든 건강문제를 일소할 수 있다면 이보다 편한 건강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는 한국인이 그간 추종해온 한 방에 모두 해결하기 위한 빨리빨리 건강법의 한 극단일 따름이다.

비타민 복용은 필수적인 경우에만 먹거나 보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더 많은 양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영양의학에 탁월한 전문가에게서 전문적인 코칭을 받아야만 한다. 우리가 권고하는 비타민 사용원칙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서 연령에 맞게 한두 알 정도의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몸에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로 그 이상을 복용해야 할 분이라면 영양전문가를 찾아 체계적인 처방을 얻어야 한다.

다이어트 같은 비타민 소모가 많고 음식섭취가 소홀한 특수 상황에는 일시적으로 비타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때도 약에 무한정 의존하기보다는 정상적인 식이로 신속히 복귀해 음식을 통한 비타민 섭취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은 우선 술담배의 절제와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만으로도 충분한 스트레스 경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비타민을 활용할 수 있다. 만성스트레스는 부신기능의 소진을 초래하므로 비타민C 500mg-1000mg, 비타민 B5 100-500mg, 비타민 B6 50-100mg, 아연 20-30mg, 마그네슘 250-500mg등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대체로 위의 영양소들은 신선한 과일과 야채에 많이 들어있으므로 스트레스가 많을 때 제철과일을 챙겨서 먹도록 한다.

업무과다로 인한 만성피로를 호소하시는 분은 우선 피로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일에 있어서의 80대 20원칙 훈련과 휴식. 그리고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을 실시해야 한다. 그 외 일시적으로 기본영양제와 함께 미네랄 보충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있는데 하루 비타민C 500mg-1000mg을 3회나 마그네슘 200mg-300mg을 1일 3회 복용하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비만의 경우 절식과 활동량증가로 비만을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비만일 경우 과다한 탄수화물섭취로 인슐린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인슐린 민감성을 올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크롬보충제를 복용하면 체중조절과 더불어 혈당조절을 개선하고 콜레스테롤수치를 낮출 수 있다. 또 코엔자임 Q10은 지방을 적절한 에너지로 전환하고 분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불면증은 스트레스 조절과 수면인지훈련 및 환경개선이 더 중요하다. 개선되기까지 취침 전 니아신, 비타민 B6, 마그네슘, 멜라토닌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에게 이런 사실을 일러주고 그가 가지고 다니는 비타민약통의 2/3를 과감히 버릴 것을 권유하였다. 진료실을 떠날 때의 그의 표정에서 그가 과연 얼마나 이 처방을 성실히 지킬지 자신할수 없었지만, 그의 나빠진 건강상태를 비타민들이 구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은 되새기리라.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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