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티켓 … 한국어 시험 보는 날엔 온나라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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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15일 네팔 젊은이 1만5000여 명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원서를 내기 위해 접수장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네팔 현지 신문은 이를 주요기사로 다뤘다.

지난달 28~29일 네팔 경찰은 새벽부터 수도 카트만두의 교통을 통제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문제지를 후송하는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네팔 경찰은 주네팔 한국대사관에서 27개 시험장까지 문제지를 후송하는 밴마다 호송차량을 붙였다.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3만6203명에 달했다. 이들은 미화 17달러(약 1만9700원)의 응시료를 냈다. 네팔 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60달러(6만9000원)다.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응시자들은 6월 15일 10시간 이상을 기다려 접수했다. 당시 네팔신문은 이를 1면 톱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이달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판차실라대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려는 수험생으로 시끌시끌했다. 지난해 5월 4만641명이 응시한 것에 비하면 숫자(2426명)는 적지만 라마단 기간에 대학이 이렇게 북적인 적이 없었다는 게 인도네시아 노동부의 설명이다. 다음 달 17~18일에는 스리랑카에서, 23일에는 베트남에서 시험이 치러진다. 두 국가에서 각각 2만7618명, 2만9583명이 응시한다. 양국 정부는 시험장마다 군인과 경찰을 배치하고 시험장 주변의 교통을 일시 통제키로 했다.


아시아 지역에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어시험이 치러지는 날은 해당국 정부가 군경에 동원령을 내리고 국가 행사일에 버금가는 지원을 한다. 이들이 한국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서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할 자격을 얻지 못한다. 1991년부터 99년까지 한국에서 일한 네팔의 감비르 구룽은 미화 5만 달러를 저축해 금의환향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가도 월 150달러밖에 못 받는데 한국은 1000~1900달러를 주고 기술도 가르쳐 준다”며 “돌아와서 집도 사고 사업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올해 3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한국어시험 설명회에는 3만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각국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부정 방지다. 해당국에 대한 시험 중단과 같은 제재가 따르기 때문이다.

김기찬 기자

◆한국어능력시험(TOPIK)=정부가 2005년 고용허가제와 함께 도입했다. 2007년 6월부터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고 있다. 국가별 쿼터에 따라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합격된다. 시험문제지는 외교문서로 분류돼 한국에서 직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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