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노련한 가이드와 함께 오르는 인문학 봉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 지음, 현암사
604쪽, 1만8000원

저자는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인터넷 서평가다. ‘로쟈의 저공비행’이란 그의 블로그엔 매일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드나든다.

그가 지난 10년간 쓴 147편의 서평을 모아 책을 냈다.저자는 서평을 총 30개의 주제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폭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아래 『폭력의 철학』『폭력의 시대』『러시아 혁명』『성스러운 테러』등에 대한 서평을 엮는 식이다.

주제는 매우 광범위하다. 문학, 미술, 고전, 역사, 철학, 학술, 글쓰기, 번역 등을 망라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서평을 비평한 것도 있다. 인문학자(한림대 연구교수)라는 배경 때문인지 인문학적 관심에서 고른 책들이 많다. 재테크 책이나 자기계발서를 편식하는 일반 독자들은 아마 제목도 못 들어본 책들이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산에 갈 때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올레길을 걸으며 산을 완상하는 것도 좋다. 올레길을 가다 ‘저 봉우리를 한번 올라가 봐야지’라고 맘을 먹는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이건 한번 읽어봐야지’라는 느낌을 받으면 족하다.

그의 서평은 단순한 책소개를 벗어나 비평에 가깝다. 따뜻한 찬사를 늘어놓다가도 매몰찬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독자들에겐 독서를 자극하는 강력한 흥분제가 될 것이다.

“나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에어컨이 고장 나 창문을 열어놓고 달리는 저녁 버스의 형광등 불빛 아래서 읽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책장을 넘기며 그의 글들을 읽을 때, 나는 이 세상에서 그만 사라져도 좋을 듯 했다.”

올 가을,‘로쟈’라는 유능한 가이드를 따라 ‘책을 읽을 자유’를 누리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