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이어 배럿도 미국 이민정책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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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인재를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미국의 이민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크레이그 배럿(65.사진)이 미국 정부의 이민정책과 정보기술(IT)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18일 폴 오텔리니에게 CEO자리를 넘겨 주고 회장으로 물러나는 배럿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제대로 교육받아 미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인물은 막고 불법 체류자나 허드렛일을 할 사람들만 들어오게 한다"며 미국의 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IT업체들은 9.11테러 이후 강화된 미국의 이민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해 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최근 "외국인 엔지니어와 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H1-B' 비자의 발급을 연간 6만5000건으로 제한한 미 정부의 조치는 똑똑한 사람들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자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배럿은 지지부진한 고속 인터넷 보급 등 미국의 IT 정책도 경쟁국보다 뒤처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워싱턴에서 나오는 정책 중에서 미국의 경쟁력에 보탬이 될 디지털 관련 정책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라"며 "한 때 IT가 뒤처진 것으로 알려진 영국.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아랍에미리트 같은 작은 나라도 미국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IT 기업의 신규 투자를 유치할 준비도 부족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배럿은 "말레이시아 등 많은 국가가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을 줘가며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을 경우 내년에 건설될 인텔의 새 공장은 미국이 아닌 말레이시아에 들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지을 경우 인텔은 10년간 최대 10억 달러 이상의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도 조립.테스트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후보지라고 덧붙였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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