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김황식 … MB는 ‘호남’과 ‘안정’을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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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총리 후보자에게 담긴 코드는 ‘화합’과 ‘공정’이다. 화합은 본적지 기준 ‘첫 전남 출신 총리 후보자’란 상징성에서 비롯된다. 공정은 법관과 감사원장으로서 걸어온 김 후보자의 이력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지난 ‘김태호 카드’가 함축했던 ‘활력’ ‘파격’ ‘변화’의 이미지와 대비된다. 한승수→정운찬→김태호를 차례로 지명하면서 정치적 색채를 점점 강하게 띤 이 대통령의 총리 인선 스타일은 이번 인사에선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무난하고 안전한 길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16일 오후 감사원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10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김경빈 기자]

이 대통령은 총리감으로 거론된 10여 명을 정밀 검증한 끝에 김 후보자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3명을 놓고 고민했다. 지난 주말만 해도 김 후보자는 맹 장관보다 후순위에 있었다. 그가 총리직을 고사한 데다 그의 ‘병역 면제’ 전력을 청와대도 껄끄러워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게 불가능해지고, 김 후보자의 군 면제엔 ‘시력’ 때문이라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만큼 좀 더 긍정 검토해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김 후보자를 우호적으로 생각한다는 기류까지 전해지자 청와대의 저울은 김 후보자 쪽으로 쏠렸다 한다.

청와대는 야당과의 사전 협의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얘기는 다르다. 그는 본지 기자에게 “김황식이 된다는 걸 이미 그제(14일) 알고 있었다”며 “총리 문제에 대해 여권 고위 인사들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총리 인사에 대해서는 한참 전부터, 주호영 특임장관 시절부터 논의해 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최종 낙점한 건 16일이지만 그를 마음에 둔 건 꽤 오래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 대통령은 일부 장관에게 “김 후보자에게 잘 보여야 할 것”이라며 농담처럼 말을 한 적도 있다 한다.

‘김황식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뿐 아니라 청와대의 새로운 인사검증 시스템이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200개 항목으로 불어난 ‘사전 검증서’를 김 후보자로부터 제출받아 정밀 검증을 했다. 16일 오전엔 임 실장과 정무·민정·홍보수석 등이 모여 김 후보자를 면접했다. 예비청문회를 한 셈이다. 면접 땐 ▶병역 문제 ▶누님들에게서 빌린 2억원에 대한 변제 여부 ▶자녀 학비 부당 소득공제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을 들었다 한다. 김 후보자는 ‘큰딸의 결혼 준비를 위해 2명의 누이로부터 빌린 2억원이 실제로는 부당 증여를 받은 게 아니냐’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질문에 “대법관 퇴직 시 받은 퇴직수당 1억원으로 우선 누이 둘에게 5000만원씩 빚을 갚았고, 나머지는 앞으로 갚을 예정”이라고 답변하는 등 시종 신중하게 청문에 임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청와대 관계자들은 해명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직후 최종 OK 사인이 떨어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글=서승욱·백일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나머지 장관 인선은

청와대는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를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이번 주말에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해 20일엔 인사청문 요구서를 국회로 보낼 계획이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각료 임명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현재 차관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수장을 빨리 골라야 한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16일 김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한 다음 “(11월)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이달 말) 유엔 총회도 있다”며 “화급하게 (외교통상부) 장관을 임명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교통상부 장관으론 외교관 출신인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는 2년 넘게 이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해온 만큼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전환 조짐을 보이는 남북관계를 조율하는 데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 파문 이후 “외교통상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주중대사의 이름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당분간 현직 장관을 유임시킨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찾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두 부처 장관 은 다소 여유를 갖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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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제41대 내정)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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