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66억어치 만든 대기업 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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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사학위를 가진 대기업 간부가 60억원대의 히로뽕을 만들어 판매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 이종환)는 16일 히로뽕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모 전자업체 부장 김모(42)씨 등 6명을 검거해 김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히로뽕 판매에 가담한 나머지 3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대전시 유성구의 한 벤처기업 실험실에서 화학물질인 ‘벤질시아나이드’로 히로뽕 2㎏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시가로 66억원 상당이며 한꺼번에 6만6000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김씨는 대학 선배인 벤처기업 대표에게 “실험을 할 게 있다”고 속이고 주말마다 실험실을 빌려 혼자 히로뽕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은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화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검찰은 염산에페드린이 아닌 벤질시아나이드를 원료로 히로뽕을 만든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종래 히로뽕 원료로 사용된 염산에페드린은 유통이 금지돼 있다. 화장품이나 의약품 원료로 쓰이는 벤질시아나이드는 가격이 1㎏에 12만원 정도로 싸고 구입하기도 쉬워 언제든지 히로뽕 제조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제조한 히로뽕 가운데 1㎏을 3월 히로뽕 판매상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1억7000만원에 팔았으며 1일 나머지를 판매하려다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검찰에 검거됐다. 김씨는 검찰에서 “신용불량자인 동서가 부탁한 데다 불치병에 걸린 아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라고 진술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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