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로 불탄 쇼핑몰 복구 한창 … 방콕 도심엔 관광객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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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일 오후 5시30분 태국 방콕 중심가의 룸피니 공원. 5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반정부 세력(UDD·일명 레드셔츠)과 진압 군경의 충돌로 시위대 2명이 붉은 선혈을 뿌리며 숨진 곳이다. 레드셔츠엔 성지(聖地)와 같은 장소다. 이곳에 핏빛의 붉은색 셔츠를 입은 시민 500여 명이 또다시 모였다. 이들은 피켓을 흔들며 “태국에는 정의가 없다”며 “19일 반탁신 쿠데타 4주년을 맞아 레드셔츠가 또다시 뭉쳐야 한다”고 목청이 터져라 외쳐댔다.

#2. 같은 날 오후 1시 방콕의 고급 쇼핑몰이 몰려 있는 라차다무리 거리의 센트럴 월드 쇼핑몰. 옥상에는 시위 당시 일어난 화재로 시커멓게 그을린 격돌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지만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이 건물 내부는 지난봄 시위대가 난입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전소됐었다. 쇼핑몰 앞의 노점상인 파니사 다니왓은 “시위 발생 당시엔 큰 피해를 봤지만 지금은 평온해져 그럭저럭 장사할 만하다”고 털어놓았다.

두 여성이 16일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관저를 지키고 있는 군인 옆을 지나치고 있다. 태국 군경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축출했던 군사 쿠데타 4주년인 19일을 앞두고 탁신 지지세력들의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왕족과 정치가들의 주거지에 대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방콕 AP=연합뉴스]

지난봄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던 태국 정국이 숨을 고르고 있다. 당시 3월부터 두 달간 이어진 시위사태로 70여 명이 숨지고 1700여 명이 다쳤다. 아직도 방콕을 비롯한 인근 6개 주에 비상사태가 발령돼 긴장이 사라지진 않은 상태다. 하지만 시위대와 진압 군경이 충돌했던 시암스퀘어, 라차프라송 교차로 등 방콕 도심은 언제 폭력이 휩쓸고 지나갔느냐는 듯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관광업계 큰 타격=태국 관광청에 따르면 시위가 한창이었던 올 2분기 외국인 관광객 수는 285만7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6만4000명에 비해 불과 3.6% 줄어든 수치다. 하나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현지 관광업계의 분석이다. 오히려 경기 회복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오는 시점에서 시위가 발생해 큰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다. 싼슨 응아오랑시 태국 관광청 부청장은 “공항세 인하, 여행자보험 무료 제공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정책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탁신 쿠데타 4주년 앞두고 긴장=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태국의 안정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장 19일은 탁신 전 총리를 축출했던 쿠데타가 발생한 지 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로 인해 레드셔츠 시위의 재발이 우려되고 있다. 방콕 시민 붓다 한은 “19일에 또다시 유혈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반정부 세력이 모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에선 지난달 말 국영 TV 방송국에서 수류탄이 폭발하는 등 크고 작은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콕=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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