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자원 남용 막아야 인류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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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사무총장이 16일 경희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희대 제공]

“인간은 그동안 개발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자연자원을 소모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인류는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동양인 최초로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을 지낸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郎·73)의 경고다. 11년의 재임 기간 동안 문화다양성을 강조했던 마쓰우라는 2008년 퇴임 뒤 환경보호와 관련된 활동에 물두해왔다. 그는 경희대가 만든 교양 전문 기관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식을 계기로 16일 한국을 찾있다. 그는 이날 ‘인간과 문명’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마쓰우라는 강연 초반 “인류 역사는 토인비의 말처럼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라고 정의한 뒤 “21세기의 첫 10년, 인간은 자신을 멸종시킬 지도 모를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 도전은 바로 “세계화와 환경보호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마쓰우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만큼 지구를 철저히 장악했던 생물은 없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벌어진 자원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개발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 등 눈에 보이는 경제 지표에 집중하느라 ‘지속가능한 삶’이나 행복과 같은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은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협력. 그는 “인류는 단일한 선조를 공유하고 있다”는 1999년 자신의 사무총장 취임사를 소개하면서 “조각조각 나눠져 있는 나라들이 함께 일해 나갈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한 교토의정서가 좋은 예다.

두 번째 해법은 교육이다. 마쓰우라는 “민주주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환경 보호보다는 눈 앞의 개발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초중고는 물론 대학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성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교수나 학생들이 환경 보호가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희생임을 끊임 없이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11차례, 북한을 2차례 방문한 그는 한국의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강의 뒤 질의응답에서 통일 방안을 묻는 질문에 그는 “남한과 북한의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소망은 바로 통일”이라면서 “국민의 기대에 비춰 볼 때 멀지 않은 미래에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천안함 사건 등으로 벌어진 긴장관계에 절망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선 민간 교류도 중요하지만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만나서 과감하게 대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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