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 이젠 우효숙이지요, 한땐 궉채이였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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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자 인라인스케이트 선수 우효숙(24·청주시청)은 ‘인라인 여제(女帝)’로 불린다. 그는 2007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 2관왕을 차지한 장거리 종목(1만~2만m) 최강자다.

그러나 우효숙은 그동안 제대로 된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정식종목이 아니라서 국제종합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인라인 요정’으로 인기를 모았던 궉채이(23)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우효숙은 상대적으로 그늘에 가렸다.

‘인라인 여제’ 우효숙(앞)이 지난해 중국 하이닝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3000m 계주에서 역주하는 모습. 한국 인라인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효숙을 앞세워 4개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대한인라인롤러연맹 제공]

2010년 11월에는 많은 사람이 ‘인라인’과 ‘우효숙’을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라인스케이트는 11월 12일에 개막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인라인 스피드 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총 6개. 이 중 4개의 금메달을 노리는 ‘인라인 강국’ 한국을 우효숙이 이끌고 있다.

9월의 청명한 하늘 아래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16일 진주종합경기장에서 만났다.

◆요정과 여제의 경쟁=우효숙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라이벌 궉채이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인라인 대표 스타로 궉채이를 떠올린다. 그는 2001년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인라인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특이한 성(姓)과 예쁜 외모 덕분에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비인기종목 선수로는 드물게 광고 모델로도 발탁됐다.

우효숙은 궉채이처럼 스타덤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는 청주 석교초등학교 6학년 때 소년체전에 처음 출전했다가 꼴찌를 하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이후 일신여중에 진학하면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운동했다. 그는 “코치가 ‘서킷트레이닝(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반복하는 순환 운동) 100세트’를 외치면 다른 친구들이 요령을 피울 때도 끝까지 정확한 동작으로 해내고야 말았다”고 했다.

그리고 2001년 소년체전 5000m 포인트 경기에서 주니어선수권자 궉채이를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우효숙과 궉채이는 한국 인라인 장거리의 라이벌로 자리 잡았다.

◆엇갈린 두 사람=세상의 모든 관심은 ‘요정’에게만 쏠렸다. 우효숙은 “2004년 충북 전국체전 때 내가 금메달을 땄는데도 모든 기자들이 채이에게만 몰리더라. 가뜩이나 서러운데 한 기자분께서 ‘우 선수는 홈 어드밴티지와 운이 따랐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뒤로 도망가서 엄청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채이가 미웠다. 그땐 스치기만 해도 서로 싸웠다”고 회상했다.

독한 마음을 먹고 운동한 우효숙은 2007년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열기 시작했다. 반면 궉채이는 이때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화보 촬영을 하는 등 운동과 멀어졌다.

◆아시안 게임 첫 금=우효숙이 세계선수권에서 3년 연속 2관왕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인라인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인라인은 ‘효자 종목’ 노릇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강대식 대표팀 감독은 “효숙이를 비롯해 여고생 선수 안이슬, 단거리 강자 장수철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우효숙은 “인라인은 한 번 넘어지면 끝이기 때문에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이번에 우리가 잘 해내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우효숙은 …

▶ 생년월일 : 1986년 8월 3일

▶신체 조건 : 1m67㎝, 53㎏

▶출신 학교 : 청주 석교초-일신여중-일신여고

▶취미 : 음악감상

▶좋아하는 노래 : 이승철 ‘그 사람’

▶좌우명 :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상형 : 가정적인 사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진주=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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