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기간당원 '휴대전화 당비'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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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북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달 11일 새벽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열린우리당에서 당비 2000원을 휴대전화를 통해 거둬갔다는 메시지였다.

열린우리당에 가입한 적이 없는 김씨는 "얼마 전부터 당보가 집으로 오고 당에서 보내는 휴대전화 메시지가 오기에 이상하게 생각했었다"며 "어떻게 본인의 동의도 없이 입당을 시키고 돈을 빼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정식 입당 절차를 밟지 않은 사람들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당비를 거두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는 3일 "나도 모르게 당원으로 등록돼 돈을 물게 됐다"며 항의하는 글들이 수십건 올라와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지구당 당원들이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을 입당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2주 사이 5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당원으로 가입하는 바람에 가입자들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을 대신해 당비 수금업무를 하는 I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입당 원서에 당비 결제 금액 등을 기재하도록 한 뒤 이를 I사에 넘겨 매달 일정 금액을 휴대전화 요금에서 빠져나가게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4월 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월 2000원 이상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을 모집했다. 기간당원 가운데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은 앞으로 당지도부를 비롯해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등을 선출한다. 이 때문에 시.도별로 기간당원 확보 경쟁이 일어나 명의를 도용해 입당시키는 경우가 많았을 수 있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측은 당비 반환을 요청한 사람이 수십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피해를 보고도 항의나 반환 요청을 하지 않은 사람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거두어진 당비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모두 환불조치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입당시킨 당원의 신원 등을 알려주고 있다. I사 관계자는 "승인번호 입력과 같은 절차를 거쳐 본인 확인을 해야 하지만 여당인 만큼 당연히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해 그 절차를 생략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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