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0-1 이집트…수비는 불안, 공격은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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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앞으로 다가온 실전을 염려케 하는 졸전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9일) 상대인 쿠웨이트를 가상하고 치른 '시뮬레이션 경기'. 위협적인 공격도, 안정된 수비도 없었다.


전반 14분 이집트의 압델 나비에 골을 허용하자 한국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쿠웨이트와의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을 대비한 마지막 평가전에서 한국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박종근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4분 에마드 압델 나비에게 결승골을 허용, 0-1로 졌다. 지난해 12월 19일 독일전 3-1 승리 이후 네 차례 평가전에서 무승(2무2패)이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취임 이후 전적은 14전 6승5무3패가 됐다.

전술 부재와 약속된 플레이의 실종. 주요 해외파가 빠진 가운데 국내파 위주로 치러진 마지막 평가전은 LA 전지훈련의 효과를 의심케 했다. 이동국.정경호(이상 광주).이천수(누만시아)의 스리톱은 밋밋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위협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선 정확하지 못한 패스가 수시로 끊겼고, 압박도 없었다. 수비진은 약속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중앙 미드필더 김남일(수원).김상식(성남)은 둘 다 수비형이라서 효과적인 역할 배분을 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 잠깐 김동진(서울)과 정경호의 왼쪽 라인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곧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 14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연결된 패스를 받아 마메드 압둘 말렉이 골문 앞에서 슛을 날렸다. 박동혁이 걷어낸 것도 잠깐, 흘러나온 공을 압델 나비가 오른발 터닝슛, 골망을 흔들었다. 골문 앞에 수비수가 다섯 명 있었지만 압델 나비를 놓쳤다.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전반 20분 이천수가 오른쪽 돌파에 이어 날린 슛은 상대 수비에게 막혔고, 30분 이동국의 문전 슛도 정직하게 골키퍼 품으로 향했다. 전반 종료 직전 박규선의 강한 터닝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간 것이 그나마 가장 아까운 장면이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동국.유상철.이운재를 빼고 조재진(시미즈).유경렬(울산).김용대(부산)를 투입했다. 후반 9분 김남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찔러준 스루패스를 이천수가 받아 골문 반대쪽을 보고 꺾어 찼지만 공은 왼쪽 골포스트를 살짝 비켜갔다. 후반 39분 조재진의 헤딩슛도 골키퍼에게 막혀 이집트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이날 쿠웨이트의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감독이 경기를 지켜봤다. 선수단보다 하루 먼저 입국한 그는 "2년 전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오만.베트남의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있다. 한국은 그때보다 훨씬 강한 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쿠웨이트를 맡은 파브코비치 감독은 "그동안 수비력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파브코비치 감독을 의식해 선수들에게 배번이 다른 유니폼을 착용케 했다.

강혜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최종 엔트리 2~3일 내 결정"

◆ 본프레레 한국 감독=전반엔 우리 선수들의 스피드가 떨어졌고, 공격수 마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적극성이 없었다. 후반엔 적극적인 플레이로 더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오늘 경기는 실험의 성격이 강했다. 쿠웨이트전 엔트리 18명은 신중하게 고민해 2~3일 내 결정하겠다.

◆ 하산 셰하타 이집트 감독=한국이 굉장히 좋은 팀이라는 것을 느꼈다. 양팀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경기였다. 한국은 쿠웨이트전을 대비해 수비 준비가 좀더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 득점은 한국 수비수의 실수가 아니라 우리 팀이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면서 실시해온 연습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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