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매체 환경, 3D 브랜드 마케팅으로 소비자 마음 얻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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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연초에 ‘아바타’라는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람객이 이 영화에 푹 빠졌다.

‘푹 빠진다’라는 그 말은 우리가 그 전에도 자주 운운했겠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3D라는 매체를 통해 마치 Navi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서 주인공처럼 대리 만족을 한 듯 생생하고 집중된 체험을 하게 됐다.

3D 기술에서 요즘 많이 외치는 개념이 ‘Immersion’인데 브랜드 마케팅의 과제도 바로 그와 같은 소비자들의 3차원적인 ‘Brand Immersion’, 즉 브랜드 몰입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몰입이 대두되는 주된 이유는 소비자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산만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정보와 광고 매체가 너무 다양해졌는데 하루 종일 소비자의 주의는 천차만별한 데이터를 접하게 된다.

어떤 소비자들은 내비게이션을 보고, 운전을 하는 동시에 라디오 혹은 DVD를 보거나 듣고 있고, 휴대전화도 하고 문자도 읽고 심지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멀티태스킹이 근대 삶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간주할 수 있으나 결국 이러한 정보처리는 아주 가벼운 소비자의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브랜드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자면 브랜드는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생활에서 스쳐가는 여러 단서 또는 사용되는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3차원 브랜드 마케팅은 브랜드의 존재감, 즉 소비자 생활에서의 브랜드의 중심적인 위치를 재확인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아이러니는 브랜드가 다시 당위성을 찾기 위해서는 브랜드들이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는 산만하기 때문에 그 브랜드들을 쫓아갈 수 있는 열의 또는 여력이 없다.

좋은 예가 소비자들의 달라진 광고 사용 패턴인데 그 전에는 TV나 신문 같은 몇 개의 굵직한 매체 하나만을 통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매체들마저 형태가 달라지고 있어 그 정보의 경로가 분산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는 브랜드들은 같은 소비자를 놓고도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제도권에 있는 매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회 미디어를 통해야 한다.

이와 같은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customer engagement’, 즉 소비자 몰입이라고 부르는데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몰입하게 하려면 브랜드들이 먼저 소비자에 대해 몰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올해 ‘하이스트 브랜드’ 대열에 선정된 브랜드들은 3차원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다가서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목요연한 자신의 모습을 확립시킨 것에 대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마케팅의 승패도 이와 같이 기업이 소비자의 몰입과 브랜드에 대한 몰입을 얼마만큼 잘 일치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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