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당 최고 55㎞ … 스쿠터가 달린다 돈이 굳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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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로 혼자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기름값만 생각하면 우울해지게 마련이다. 연비를 높였다는 최신형 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바꾸고 싶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럴 때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 스쿠터다. 국산 준중형차 값의 6분의 1 정도면 쓸 만한 제품을 장만할 수 있고, 연비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다. 덤으로 교통 정체로 인한 짜증이 한결 줄어들고, 주차 걱정도 덜 수 있다.

한두 명이 타고 달리는 작은 덩치의 스쿠터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L당 30㎞ 이상의 고연비를 자랑해왔다. 최근엔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 전자제어인젝션 연료분사 시스템을 갖추고 L당 50㎞ 안팎의 연비를 내는 제품도 등장했다. 차체가 가볍고, 배기량이 적은 스쿠터는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1t이 넘는 차체를 2000cc급 엔진을 써서 움직이는 중형차와 100㎏대 차체를 125cc급 엔진으로 끌고 나가는 스쿠터는 연료 소비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연비가 좋은 것은 역시 50cc급 스쿠터다. 혼다 투데이와 야마하 비노는 아담한 차체에 전자제어인젝션 50cc 엔진을 탑재해 도심의 근거리 이동에 적합하다.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타도록 만들어졌지만, 가끔 두 사람을 태워도 거뜬히 달린다. 월간 스쿠터앤스타일의 테스트에서 혼다 투데이는 L당 55.1㎞(시속 40㎞ 정속 주행 기준)를 달렸다. 야마하의 비노50도 같은 조건에서 L당 약 47㎞의 연비가 나왔다. 최고 속도가 시속 70㎞ 이하라지만 도심에서는 이 이상으로 속도를 낼 일도 거의 없다.

6월 국내에 출시된 혼다 PCX도 고연비를 자랑하는 제품이다. 전자제어인젝션 125cc 엔진을 탑재한 이 스쿠터는 시속 60km로 정속 주행할 경우 L당 54.1㎞를 달릴 수 있다. 정속 주행이 아닌 실제 시내 주행에서도 L당 45㎞ 이상은 달린다. 신호 대기를 위해 멈춰서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출발하면 다시 알아서 시동을 걸어줘 연료 낭비를 막는 ‘아이들링 스톱(Idling Stop)’ 기능도 있다. 날렵한 디자인에 연비까지 좋다보니 출시 석 달여 만에 900대가 넘게 팔렸다.

대만의 스쿠터 전문 브랜드인 킴코의 다운타운 125i는 엔진은 125cc지만 차체는 500c급과 맞먹는다. 넉넉한 2인 승차가 가능하고, 넓은 트렁크에는 두 개의 헬멧을 넣어도 공간이 남는다. 덩치는 크지만 평균 연비도 L당 약 36㎞가 나온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영업사원이나 서류가방 같은 소지품이 많은 직장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국산 제품의 성능도 만만치 않다. 대림자동차가 5월 내놓은 125cc 프리미엄 스쿠터 Q2는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큼직한 차체와 낮고 긴 날렵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을 유혹한다. 연비도 L당 약 34㎞로 좋은 편이다. 열쇠를 넣고 돌리지 않아도 모든 동작이 가능한 스마트키를 도입한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연비가 좋다는 말을 들어도 스쿠터 타기를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단 타 본 적이 없어 운전법을 모르겠고, 안전 문제가 걱정된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양쪽 모두 쉽게 해결 가능하다. 스쿠터 타는 법은 각각의 브랜드 제품을 파는 딜러숍에서 전문가들이 가르쳐준다. 안전 문제는 스쿠터 값의 10분의 1만 투자하면 멋스러운 헬멧·재킷 등의 안전 장구를 구입해 걱정을 한결 덜 수 있다.



쓰다 보면 얼굴 모양에 맞게 내피 틀 변형

약간 갑갑할 정도로 머리에 끼는 게 좋아

모터사이클이나 스쿠터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도로교통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 하지만 헬멧 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헬멧 모양이 안 예뻐 맵시가 나지 않는다거나, 헤어스타일이 망가진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안전과 멋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헬멧을 골라 쓰면 된다. 찾아보면 그런 제품이 적지 않다.

헬멧은 특수소재를 사용해 모터사이클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하는 장비다. 외부 소재로는 강화유리섬유(FRP)와 아클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이 사용된다. 고급형 중에는 탄소·티타늄 소재를 쓴 것도 있다. 안쪽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발포 스티로폼으로 돼 있다. 스티로폼과 머리가 맞닿는 부분은 오래 착용해도 쾌적할 수 있도록 바람이 잘 통하는 천으로 만든다. 정면은 시야 확보를 위해 투명한 창으로 돼 있다.

모자 디자인이 여러 종류인 것처럼 헬멧 형태도 다양하다. 머리와 얼굴 전체를 감싸는 것을 ‘풀페이스’, 머리 윗부분을 주로 보호하고 얼굴은 개방돼 있는 것을 ‘하프페이스’라고 부른다. 얼굴을 가리긴 하지만 턱 부분이 없는 것은 ‘제트’ 또는 ‘오픈페이스’라고 한다. 시스템 헬멧이란 것도 있다. 풀페이스와 비슷한 형태지만 전면 창과 턱부분을 들어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것은 역시 풀페이스 헬멧이다. 특히 고배기량 바이크를 타고 장거리를 많이 다니는 사람은 꼭 풀페이스 헬멧을 써야 한다.

브랜드는 다양하다. 국내 브랜드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HJC를 비롯해 KBC·엑스피드 등이 있다. 외국 브랜드 중에는 아라이·쇼에이·OGK·AGV·BMW 등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있다.

헬멧을 살 때는 자신의 머리에 꼭 맞는 크기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넉넉한 치수보다는 좀 갑갑할 정도로 볼이 꽉 끼는 치수를 사야 한다. 자꾸 쓰다 보면 착용한 사람의 얼굴 모양에 맞게 내피 형상이 변형되기 때문이다. XS, XXL 등 세분화된 치수가 나오며 같은 M 사이즈라도 제품마다 약간씩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써보면서 고르는 편이 좋다.

안전 인증마크도 신경써야 한다. 국내 안전성 검증을 통과한 제품에는 KC 마크(지난해 6월까지는 KPS 마크)가 붙어 있다. DOT나 SNELL 마크가 추가로 붙어 있는 것도 있다. DOT는 미국 연방교통부 안전규격을 통과한 제품에, SNELL은 미국 민간재단인 스넬기념재단이 정한 규격을 맞춘 제품에 붙일 수 있다.

김민준 월간 스쿠터앤스타일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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