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김상헌 NHN 대표 “공룡? 글로벌 시장선 초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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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인터넷 포털 네이버는 흔히 ‘공룡’으로 불린다.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70% 안팎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이를 발판으로 게임사업까지 아우르는 국내 인터넷업체 정상이다. 연 매출이 2년 연속 1조원을 넘긴 데다 4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 또한 가공할 만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NHN 같은 업체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하지만 취임 1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도 분당 본사 집무실에서 언론 단독 인터뷰에 나선 김상헌(47·사진) NHN 대표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잘나가는 업체, 국내 1등 업체라는 수식어가 솔직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공룡이라는 말엔 독점 같은 부정적 어감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지구촌으로 눈을 돌리면 너무 초라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작은 업체 발전을 가로막는다면 겸허하게 반성하겠지만 국내 검색 점유율 몇 %는 글로벌 경쟁력이란 차원에선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경쟁상대는 미국의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이다. 우선 구글이 앞서가는 음성검색 서비스를 조만간 선보인다. 그는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96년까지 판사로 근무하다 96년 LG그룹에 법률고문으로 영입됐다. 2008년 NHN 경영관리본부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4월 대표가 됐다.

김상헌 NHN 대표와의 일문일답.

-새 검색 서비스를 준비한다는데.

“실시간 검색에 관심 갖고 있다. 특히 트위터·미투데이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인데 이를 소셜 검색으로 연결시켰다. 지난달 20일 소셜 검색을 도입했는데, 5초 전 여러 SNS에 올라오는 정보까지 볼 수 있다. 미래에는 검색이 더욱 개인화할 것이다. ‘나를 둘러싼 내 커뮤니티 속’에서 적합한 정보를 찾아주는 게 가까운 미래에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다.”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게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출시 시기는 전략의 차이다. 꼭 해야 할 준비는 계속 해 왔다. 네이버는 PC 기반의 이용 경험을 그대로 모바일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지금까지 나온 모바일 서비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출시된 앱도 우리가 가장 많다.”

-구글이 음성 검색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도 연내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네이버는 1위 사업자라 퀄리티(서비스 품질) 기준이 높다. 첫 출시 때 문제 소지가 있으면 용납되기 힘들다. 음성검색 서비스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회사와 경쟁하려면 높은 수준에 도전해야 한다.”

-네이버만의 차별화된 검색 서비스가 나오나.

“모바일·클라우드컴퓨팅·개인화 세 측면을 강조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우선 e-메일·쪽지·캘린더·가계부·계좌조회·블로그 같은 개인 영역의 서비스를 한데 모은 ‘네이버ME’라는 서비스를 연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임직원들은 사내에서 시범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의 핵심 철학이라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에는 검색할 필요도 없이 의도를 스스로 파악해 서비스하는 방식도 등장할 것이다. 현재는 검색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기 위해 전담 인력 70여 명을 두고 타사와 비교해 가며 소비자 동향을 파악한다. 첫째도 이용자, 둘째도 이용자 중심이다.”

-소셜네트워크게임(SNG)에 따른 사업 기회는.

“SNS 활성화를 위해 좋은 SNG가 필요하다. 이달 말 네이버에 소셜앱스토어를 오픈한다. 개방형으로 서비스할 것이다. 외부 사업자에게도 차별 없이 개발 기회를 제공한다. 블로그나 카페·미투데이 등을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을 누구나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오버추어가 하던 검색 광고를 내년부터 자회사 NBP가 맡기로 한 배경은.

“광고도 정보다. 검색은 재미 추구도 있지만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이득을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가 중요하다. NHN만의 차별화된 광고를 위한 복안이다. NHN의 장기적 수입원을 확대한다는 뜻도 있다.”

-소규모 사업자나 개발자와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애플이 폐쇄적인 시스템인데도 경쟁력이 있고 상생 측면에서 칭찬을 받는 건 다른 경쟁 기업에는 배타적이어도 생태계 안에 들어온 기업들과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방향으로 NHN도 틀을 잡고 있다. 검색 사이트에서 독립 사이트 운영자들의 활동을 보장해 주는 등 애쓰고 있다.”

-법조인 출신 CEO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데.

“손해 같다는 느낌도 있다. 경영자가 된 건 판사 경력 덕분이 아니라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다는 걸 인정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은 다양한 기관과 사업자·이용자 사이에 제휴·분쟁이 많을 수 있다. 각각의 권리·의무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하는 면에선 법조인 경력이 이롭기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듯하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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