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참석자들이 신한은행의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고소건과 관련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사회는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오른쪽 셋 째가 전성빈 이사회 의장, 넷째가 라응찬 회장, 왼쪽에서 셋째가 신 사장, 일곱째가 이백순 행장. [김태성 기자]
신 사장이 금강산랜드 등 3개 사에 950억원의 부당대출을 해 은행에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는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15억6600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마찬가지다. 이 돈이 신한 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칼날은 신 사장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다. 라 회장도 시민단체의 고발로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모두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가 맡았다. 라 회장이 2007년 3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전달한 50억원이 문제가 될지 관심이다. 검찰엔 한번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게 적잖은 부담이다. 민주당은 13일 “라 회장이 신한은행에 개설된 내·외국인 아홉 사람 명의로 차명계좌를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올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11월로 예정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도 고비다. 이미 양측이 폭로전을 하면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던 신한 내부의 은밀한 사항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불투명한 자금관리를 한 비서실의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 라 회장의 실명제 위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자료 파기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당국도 신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만큼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강도 높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금감원이 현재 조사 중인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느냐도 신한의 지배구조엔 큰 변수다.
◆사후대책에 촉각=내분 사태로 신한그룹은 라 회장 측과 신 사장 측으로 양분돼 감정 싸움에 폭로전까지 벌이고 있다. 치유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신한의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고, 일부 고객은 예금을 빼내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일도 일어났다.
관심은 라 회장 측이 어떤 수습 방안을 제시하느냐다. 대고객 사과문을 발표하고 영업점을 돌며 직원들을 다독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직 정비 차원의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게 신 사장 측을 정리하는 인사라면 내부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자회사 사장 2명이 신 사장과 함께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신 사장이 해임이 아닌 직무정지가 된 이상 계열사 사장을 해임할 명분은 약해졌다. 하지만 직무정지에 준하는 조치를 할 가능성은 있다. 익명을 원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 사장이 직무정지를 당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동정 여론이 상당하다”며 “보복성 인사를 한다면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계구도는=라 회장 체제가 계속된다면 내년 3월 신 사장의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될 때 그를 퇴진시킨다는 시나리오가 유력시된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더라도 신 사장은 이미 라 회장의 눈 밖에 났다. 고소를 한 것 자체가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경우 신한의 2인자는 누가 되느냐가 관심이다. 라 회장이 현재 72세의 고령임을 감안하면 새 2인자가 후계자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2005년 최영휘 사장, 올해 신 사장에 이어 또 2인자를 쫓아낼 여유는 없다. 당초엔 이 행장이 유력해 보였지만 일부 재일동포 주주들에게 해임 소송을 당하는 등 흠집이 많이 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인 신한금융투자 이휴원 사장도 거론되지만, 대통령의 후배란 점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글=김원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