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규제로 세계 시장 재편…한국, 글로벌 금융허브 될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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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의 부담은 곧 한국의 기회다.”

크리스토퍼 콕스(사진)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주최의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 금융회사가 금융개혁법안에 따라 투자를 제한받는 동안 미국 이외의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국엔 글로벌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금융규제로 인해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금융회사가 레버리지와 자본, 유동성 측면에서 정부의 규제를 받는 동안 이 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은행 부문과 헤지펀드, 외국 자본들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규제 범위를 넘지 않는 소규모 금융 회사들의 역할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재정정책의 변화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재정상태가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며 “의료보장이나 연·기금 같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공공부문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 정부가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하려 하겠지만, 현실적인 제약에 부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고, 매입 의사가 있는 국가들은 자국의 재정난으로 매입할 여력이 없다”며 “결국 개별 은행이 미국 국채를 살 수밖에 없고, 이는 긴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이 세수를 늘리기보다는 공공부문의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부채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한국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다자간 양해각서(MMOU)를 체결하고,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개혁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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