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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서비스업 취업돕는 '해누리' 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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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부드러운 커피는 뭐가 있나요."(손님) "우~우~우유가 들어가는 것~이에요. 카페라테와 카푸치노가 있어요."(점원)

▶ 정신지체장애인들의 직업훈련 장소인 해누리 카페에서 정경화(왼쪽부터).조은혜.김대후씨가 손님이 주문한 음료수 등을 나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종근 기자]

손님이 카푸치노를 주문하며 만원짜리를 내자 점원은 현금계산기 카푸치노 버튼을 눌러 가격을 확인한 뒤 "거스름돈입니다"라며 8500원과 영수증을 내민다. 그러고는 "카푸치노 한 잔"을 외친다.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맛, 있, 게 드세요."

점원은 잠시 후 카푸치노를 테이블의 손님에게 가져다 준다.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시립 성동청소년수련관 1층 로비 한쪽에 들어선 테이크 아웃 카페 '유스 카페(Youth Cafe) 해누리'.

검은색 바지와 노란색 티셔츠 등으로 된 유니폼을 입은 김대후(21)씨는 능숙한 솜씨로 손님을 맞이한다. 김씨는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말이 약간 어눌하고 끊어진다거나 손님과 눈을 잘 맞추지 않는 점만 빼면 정상인과 똑 같다.

이날 카페를 찾은 고흥주(47.여.서울 성동구 응봉동)씨는 "점원들이 인사를 잘하고 친절하며 성실해서 불편을 전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점원 4명은 김씨처럼 모두 2, 3급 중증 장애인들이다. 장애는 심한 정도에 따라 1~6급으로 나뉘는데 대개 1~3급이면 중증으로 분류한다. 지능지수가 70 이하이면 정신지체 장애인이 된다.

이 카페는 보건복지부 산하 성동직업훈련시설이 지난해 8월 만들었다. 복지부가 지원한 3400만원으로 장비를 구입하고 커피 만드는 기술은 신라호텔 주방 직원들에게서 전수했다. 장애인들은 3~4개월 카페에서 근무하다 실적이 좋으면 다른 업체에 취업한다. 이미 세 명이 외식 업체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 취업했고, 1명은 실습을 받고 있다. 돈벌이보다는 서비스업 적응 훈련을 시키는 게 이 카페의 주 목적이다. 장애인들에게 한 달에 33만원을 훈련수당으로 지급한다. 국내에서 중증 장애인들이 꾸려나가는 서비스 사업장은 해누리 카페가 유일하다. 성동직업훈련시설 박봉수 원장은 "서비스업은 중증 장애인에게는 아직 넘지 못할 벽인데 이 카페가 그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카페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3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우수 재활 모델로 선정됐다. 카페에서 크레페를 만드는 정경화(19.정신지체 2급)양은 "손님들이 크레페가 맛있다고 할 때 기분이 좋다"면서 "아웃백스테이크에 취직해 할머니에게 돈을 갖다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양의 어머니는 정신장애인 시설에 입소해 있고, 아버지는 일용직이라 수입이 일정치 않다. 할머니가 봉제공장에서 일해 생계를 근근이 유지한다.

해누리 카페 뒷 벽면에는 이런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우리 삶의 모습이 이 세상에 희망이 되길 빕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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