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국정연설] 집권2기 대외정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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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년간 세계는 '자유'라는 화두와 씨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지난 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받은 이라크전 전사자 어머니(左)와 이라크 여성정치위원회 지도자(왼쪽 뒷모습)가 포옹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VIP석에 앉아있던 로라 부시 여사(右)가 일어나 청중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일 밤(현지시간) 재선 후 첫 국정연설에서 '자유의 확산'이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기조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취임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9회나 사용, 대(對)테러전의 무게중심을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에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란 등 6개국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하며 자유의 확산과 폭정 종식이 테러를 막는 열쇠라는 견해를 피력했었다. 자유의 확산이 수사(修辭)가 아닌 정책으로서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관심거리다.

◆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국정연설의 약 3분의 1이 대외정책에 할당됐고, 그중 이라크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총선의 '성공'으로 이라크에 뿌려진 민주주의의 씨앗을 잘 키워 꽃피울 때까지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첫번째 목표임을 시사한 셈이다. 이를 위해 필요할 때까지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것이다.

부시는 "철군 시간표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라크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다른 중동 국가로 민주주의를 확산시켜 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아울러 중동의 민주화를 위해 테러 지원국이며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국인 이란과 시리아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언명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對)이라크 공격 명분이었던 WMD 개발 증거를 이라크에서 찾아내지 못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대 테러전의 중심을 WMD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구체적 방법론=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아무런 청사진도 없이 자유의 확산을 목청높여 외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난센스다. 구체적 복안이 준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영선(외교학) 서울대 교수는"자유의 확산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이라며 "그 징후들이 조만간 여러 가지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부시는 이란 국민을 향해 "여러분이 자신의 자유를 위해 일어선다면 미국은 여러분의 편"이라고 봉기를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모종의 조치가 2006년 중간선거 이전에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선 미국의 소리(VOA) 등 관영 매체를 통한 선전활동과 함께 인권외교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폭압적 정권의 체제변화 유도를 위해 각종 공작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배명복 국제문제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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