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개헌론 "단임제, 국민 선택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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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개헌론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활성화할 것 같다.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4년 중임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까지 포함하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연구 과제로 선정했다. 김 원내대표의 제안에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연구원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연구에 최소한 10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4월부터 세미나.여론조사 등 본격적인 연구작업을 한 뒤 연말까지 보고서를 당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도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단임제는 잘한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며 때가 되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개헌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갈 전망이다.

이병석 의원은 1일 원내부대표직을 사퇴하면서 "1987년 체제가 만들어 놓은 과도기적 헌법인 현행 헌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는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당내에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헌법연구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동안 원내대표와 부대표의 관계를 감안할 때 두 사람의 연이은 개헌론 제기가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혁그룹의 리더격인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도 대표연설문 검토 회의 때 김 원내대표가 개헌 문제를 좀더 강도 높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차기 대선에서 정.부대통령을 뽑는 러닝 메이트제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대론도 많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경제를 살리자는 사람들이 뜬금없이 개헌은 무슨 개헌이냐"며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김현미 대변인도 "정치적인 이해를 떠나서라면 필요성과 공감대가 있는 문제여서 연구해 볼 만한 사안"이라면서도 "올해는 경제에 매진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를 하게 되면 이해관계가 복잡해 힘이 분산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대표비서실장도 "개헌론이 국민에게 자칫 우리 당의 민생 노선과 배치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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