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총리’ 인물난 … 청와대 깊은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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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정진석 정무수석으로부터 귓속말로 보고를 듣고 있다. [조문규 기자]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정한 사회’ 화두에도 걸맞아야 하며 ▶이 대통령의 철학을 잘 알고 국정을 이끌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명식 청와대 인사비서관은 12일자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예비 후보자들에게 검증 질문서를 보냈는데, 몇몇 인사는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과거 살아온 것만 문제 삼으면 쓸 수 있는 인재풀이 너무 적어 안타깝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총리 물망에 올라 있는 인사들은 청문회 관문을 통과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전·현직 장관들이나, 정치권에서 “공정사회와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황식 감사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전 국방장관) 등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맹 장관 등이 자기검증 질문서를 작성·제출하는 등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건 확실하지만, 아직 누가 특별히 유력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목표는 이번 주 중 후보자를 3배수 이내로 줄이고, 1순위자부터 ‘내부 약식 청문회’를 실시한 뒤 이 관문을 통과한 총리 후보자를 추석 연휴 이전에 발표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류우익 주중대사 등 전·현직 대통령실장을 총리로 이동시키는 방안까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임 실장의 경우 지난 7월 청와대 입성 때 이미 ‘50대 총리 카드’로 비중 있게 검토된 바 있다. 그는 ‘공정한 사회’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당사자다. 여권 관계자는 “임 실장이 총리로 이동할 경우, 총리 후보군에 함께 올라있는 맹 장관이 대통령실장을 맡고, 행정안전부 장관엔 박형준 전 정무수석을 기용하는 방안도 하나의 카드로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초대 대통령 실장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아는 류 주중대사 역시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외교부 장관으로 이동해 외교부 개혁 책임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후임과 관련해 김성환 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승진기용설이 나도는 가운데 최근엔 “개혁을 위해선 비(非)외교부 출신이 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류 대사 이름이 나오는 것이다. 임 실장과 류 대사가 총리나 외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다면 이 대통령이 ‘같은 사람을 돌려가며 쓴다’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 논란에 또다시 휩쓸릴 소지가 크다는 게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글=서승욱·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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