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정진석 정무수석으로부터 귓속말로 보고를 듣고 있다. [조문규 기자]
현재 총리 물망에 올라 있는 인사들은 청문회 관문을 통과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전·현직 장관들이나, 정치권에서 “공정사회와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황식 감사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전 국방장관) 등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맹 장관 등이 자기검증 질문서를 작성·제출하는 등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건 확실하지만, 아직 누가 특별히 유력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목표는 이번 주 중 후보자를 3배수 이내로 줄이고, 1순위자부터 ‘내부 약식 청문회’를 실시한 뒤 이 관문을 통과한 총리 후보자를 추석 연휴 이전에 발표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류우익 주중대사 등 전·현직 대통령실장을 총리로 이동시키는 방안까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임 실장의 경우 지난 7월 청와대 입성 때 이미 ‘50대 총리 카드’로 비중 있게 검토된 바 있다. 그는 ‘공정한 사회’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당사자다. 여권 관계자는 “임 실장이 총리로 이동할 경우, 총리 후보군에 함께 올라있는 맹 장관이 대통령실장을 맡고, 행정안전부 장관엔 박형준 전 정무수석을 기용하는 방안도 하나의 카드로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초대 대통령 실장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아는 류 주중대사 역시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외교부 장관으로 이동해 외교부 개혁 책임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후임과 관련해 김성환 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승진기용설이 나도는 가운데 최근엔 “개혁을 위해선 비(非)외교부 출신이 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류 대사 이름이 나오는 것이다. 임 실장과 류 대사가 총리나 외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다면 이 대통령이 ‘같은 사람을 돌려가며 쓴다’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 논란에 또다시 휩쓸릴 소지가 크다는 게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글=서승욱·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