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골프대항전] 일본의 자존심 이시카와 료는 눌러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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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0대 골프 영웅 이시카와 료(19)가 한국 골프의 매운맛에 혼이 났다.

일본 팀은 적지에서 우승컵을 안았지만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다. 에이스 이시카와가 3개 매치에서 첫날 승점 1점을 챙겼지만 둘째, 셋째 날 경기에서 연패했기 때문이다.

7번 홀 티샷을 하는 김경태. 그는 이시카와 료와의 맞대결에서 7타 차로 완승했다. [KGT 제공]

스물네 살 동갑내기인 배상문(키움증권)과 김경태(신한금융그룹)가 이시카와에게 쓴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다. 특히 이시카와 료는 12일 김경태와 맞붙은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김경태에게 무려 7타 차로 완패했기 때문이다. 11일 소노다 슌스케와 짝을 이룬 포볼 게임에서 배상문-강경남 조에게 패배를 맛봤던 이시카와는 김경태를 상대로 명예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화려한 ‘공격 골프’의 이시카와는 전략적인 김경태의 ‘압박 골프’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김경태는 초반 7번 홀까지 6개의 소나기 버디로 이시카와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김경태는 올해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1승을 챙기며 상금 랭킹 4위에 올라 있다. 김경태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이시카와와 5~6차례 맞붙어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다. 스코어상으로 모두 이겼다. 오늘은 퍼팅이 잘 돼 더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시카와는 그렇게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 올 시즌 JGTO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 랭킹 1위에 올라 10대 선수로는 처음으로 상금왕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드라이브샷의 평균 비거리(298.1야드·4위)는 김경태(278.5야드·74위)보다 20야드나 앞서고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에서도 4.16개로 1위다.

김경태는 “이시카와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핀을 직접 보고 쏘는 화려한 공격 골프다. 갤러리를 열광시키는 그의 폭발성은 큰 매력이다.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김경태는 그런 이시카와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정확한 아이언샷이 그것이었다. 김경태는 JGTO투어의 그린 적중률에서 71.96%로 랭킹 2위다. 이시카와의 64.18%(28위)를 크게 앞서 있다. 김경태는 “오늘 경기로 자신감이 더 생겼다. 하반기 JGTO투어에서 이시카와의 상금왕을 빼앗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대회 세 경기를 모두 이겨 한국 팀에 승점 3점을 안긴 배상문은 “이시카와는 일본의 대스타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다. 하지만 내가 그를 꺾었다”며 활짝 웃었다.

제주=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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