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출발은 한국이 좋았다. 선봉에 선 김대섭(29·삼화저축은행)이 오다 류이치를 7타 차로 눌러 줬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2004년 한·일전에 출전했던 그는 이번 대회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두 번째 주자이자 팀의 맏형 김형성(30)이 12번 홀까지 2타 차로 앞서다 역전패한 게 아쉬웠다.
이후 김비오(20·넥슨), 김도훈(21·넥슨), 이승호(24·토마토저축은행)가 연달아 지면서 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 다음 주자인 손준업(23)도 5번 홀까지 마루야마 다이스케에게 4타를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1타 차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김대현(22·하이트)이 양국 최장타자 대결에서 소노다 슌스케에게 패하자 이사오 아오키 일본팀 단장은 샴페인을 터뜨렸다. 소노다의 승점으로 일본은 우승컵에 필요한 10.5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자존심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를 위해 뒤쪽에 배치된 한국의 주력 선수들은 일본의 간판 스타들에게 모두 이겼다. 강경남(27·삼화저축은행)은 이케다 유타와 후반 버디 6개를 주고받는 접전 끝에 한 타 차로 이겼다.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는 7번 홀까지 버디 6개를 잡아 이시카와 료를 완벽하게 눌렀다. 김경태의 소나기 버디에 움츠렸던 이시카와는 버디 3개를 잡으며 쫓아왔지만 마지막 두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배상문(24·키움증권)은 가타야마 신고를 4타 차로 제압했다.
이시카와 료
한국이 못했다기보다는 일본이 잘했다. 한국과 일본 투어를 모두 뛰는 김경태는 “최고 선수들의 수준은 한국과 일본이 차이가 없지만 선수층은 일본이 훨씬 두텁다”고 했다. 일본은 대회가 열리기 전 선수들이 코스에서 충분히 훈련할 시간을 준다. 골프를 잘 아는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때마다 선수들을 지원한다. 골프 신제품도 일본에 먼저 온다.
일본 대회 코스는 미국과 유럽 투어 수준이다. 김경태는 “러프는 길고 페어웨이는 말끔하며 그린도 빠르다. 이런 코스에서 경기하면 선수들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시카와 료는 “축구나 야구 등의 국제대회에서 일본이 탈락하면 한국을 응원한다”며 “양국은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이 됐고 앞으로도 우의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