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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반짝이’ 형제, 무성한 머리숱 가지게 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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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모습.

2000년 초 어느 날. 형 상호씨 집에 친구가 찾아오더니 신문에서 찢어온 광고를 내밀었다. ‘일란성 쌍둥이 탈모환자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 국내에 처음 출시된 먹는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의 효과를 비교한다는 내용이다. 탈모로 생가슴을 앓던 두 형제의 모습을 5년 이상 지켜보던 친구가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게다.

상호·명호 형제는 1971년 3월 7일생이다. 형은 오전 7시, 동생이 30분 늦게 세상의 빛을 봤다. 둘 다 키 178㎝, 체중 72㎏의 건장한 체격에 운동을 좋아한다. 탈모는 군 제대 후 20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M자형으로 머리카락이 급속히 빠졌다. 탈모에도 위아래가 있는지 형이 먼저 시작했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힘이 없어지더니 하수구멍이 막힐 정도로 빠지더군요. 1년 만에 M자형으로 양쪽 이마가 깊숙이 들어갔죠.” 전자부품업체에서 영업하던 형 상호씨는 거래처에서 “사장님이 오셨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1년 만에 주위에서 나이보다 10살 이상 많게 볼 정도까지 됐다. 작고하신 아버지가 약간의 탈모가 있었다. 그러나 4살 아래인 막내 남동생은 탈모 증상이 없다.

대한모발학회 강진수 회장은 “탈모의 90%가 유전형(남성형 탈모)이다. 남성과 여성 비율이 7대3 정도”라고 말했다.

유전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관련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라는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한다. DHT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을 축소시켜 탈모를 진행시킨다. 강 회장은 “5-알파 효소는 유전되며, 프로페시아는 DHT 농도를 낮춰 탈모증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친구의 마음은 고맙지만 반신반의했어요. 집사람도 말리진 않았지만 그냥 웃더라고요.”(형) 쌍둥이 형제는 1998년 12월 18일 같은 날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형제는 민간요법 등 머리털 숫자를 늘리기 위해 안 해본 방법이 없다. 결국 가발을 쓰기로 결심했다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탈모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총 9쌍의 쌍둥이 형제가 함께했다. 쌍둥이 중 한 명만 치료제를 복용해 약의 효과를 관찰했다. 형제들 중엔 서로 약을 복용하겠다며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했다. 상호·명호 형제는 진행이 더 된 형이 치료제를 먹기로 했다.

반신반의하며 참여했던 임상시험이 ‘동생의 질투’로 바뀌었다. 6개월이 지나자 형의 탈모가 확연히 줄고, 머리카락도 굵어졌다. 형제의 탈모 상태가 역전됐다.

일란성 쌍둥이인 진상호(형·왼쪽 사진의 왼쪽)·명호 형제는 꾸준히 병원 치료를 받고 탈모를 극복했다.

“형이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동생) “동생이 중간에 약을 뺏어 먹겠다고 해서 술도 사주며 어르고 달랬어요.”(형)

1년간의 임상시험이 끝난 뒤 형제는 함께 치료를 시작했고, 현재의 모습이 됐다. 주치의인 대한피부과의사회 김방순 총무이사는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 탈모가 없는 사람의 80~90% 수준으로 개선됐다. 유전형 탈모는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형제들은 탈모를 극복하기 위해선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형은 사이클광이다. 약 70㎞를 일주일에 세 번 내달린다. 아침에 일어나 팔굽혀펴기 400~500개를 거뜬히 한다. 동생은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에서 몸을 만들고 마라톤도 한다. 현재 철인 3종 경기를 준비 중이다. 형제는 즐기던 담배도 탈모 치료를 시작한 뒤 끊었다. 탈모가 개선된 뒤 형제는 자신감을 100% 충전했다.

동생 명호씨는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도 듣는다. 10년 만에 제 나이를 찾은 것 같다. 어차피 젊게 사는 게 좋지 않으냐”고 물었다.

형 상호씨도 “일도 더 잘 풀렸고 현재 자영업 대표까지 오게 됐다. 머리에서 자신감의 50% 이상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형제가 등장하는 탈모 탈출 홍보 포스터는 이달부터 전국 대한피부과의사회 소속 병·의원에 배포된다.

가을철 탈모 극복을 위한 6가지 수칙

1 매일 하루에 한 번, 저녁에 머리를 감아라

2 머리를 말릴 때는 모발보다 두피를 깨끗이 말려라

3 과식을 피하고 저지방 고단백 음식을 섭취한다

4 머리를 감을 땐 손톱보다 손가락 지문이 있는 부분으로 두피를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5 탈모는 자연스러운 현상, 빠지는 머리카락 한 올에 스트레스 받지 마라

6 100가지 민간요법보다 병원을 찾는 것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자료: 대한피부과의사회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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