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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는 사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3호 11면

그는 항상 바쁩니다. 홀로 지내는 그는 집 안팎을 바삐 오가며
쉼 없이 움직입니다. 그 집 마당에는 소꼴이 수북이 쌓여 있고,
처마에는 씨 옥수수가 매달려 있고, 수돗가에 놓인 고무대야에는
저수지에서 잡은 참붕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외양간에는 얼마 전에 낳은 송아지와 어미 소가 놀고 있고,
닳아서 비루먹은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또 쓸며 바삐 지냅니다.
가끔 동네를 지나치다 담 너머에서 인사를 건네면
“어~ 어, 저~ 위~”하며 반깁니다.
‘저~ 위에’는 제가 마을 지나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밝고, 솔직한 사람입니다. 다른 이가
그를 약 올리거나, 야단치기도 하지만 그는 절대 다른 이를
야단치지 않습니다. 좋아함은 드러내지만 싫어함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그의 마음은 세상의 더러움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그가 보는 세상은 항상 밝은 것 같습니다.
논둑길을 걸으며 참새를 쫓던 그를 이른 아침에 만났습니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본 오늘은 복권이 당첨된 것처럼 행복한 날입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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