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볼링 첫 여성 챔프 쿨릭, 203명 쓰러뜨릴 스트라이크 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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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스포츠에서 끊임없이 남성의 영역에 도전했고, 남성과 겨루기를 원했다. 하지만, 미셸 위(골프)의 사례에서 보듯 여성이 동등한 조건에서 남성을 이기기란 정말 어렵다. 근육량과 파워, 스피드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를 이기기도 힘드니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런데 미국프로볼링(PBA) 메이저대회에서 쟁쟁한 남자 프로들을 물리치고 챔피언에 오른 여성이 있다. 그가 또다시 남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러 한국에 온다. 삼호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9월13~17일, 성남 탄천스포츠센터 볼링장)에 출전하는 켈리 쿨릭(33·미국·사진)이다.

쿨릭은 지난 1월 25일 PBA투어 메이저대회인 왕중왕전(Tournament of Champions)에서 투어대회 12차례 우승을 자랑하는 크리스 반스를 꺾고 우승했다. PBA 51년 역사에서 처음 나온 여성 챔피언이다. 쿨릭은 결승전 12개 프레임에서 스트라이크 10개를 잡아내며 반스에 265-195로 압승했다. 왕중왕전은 마스터스와 US오픈, 월드챔피언십과 함께 PBA투어 4대 메이저대회다.

여성 스포츠사에 새 장을 연 쿨릭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 만찬에 참석했다.

또 미 여성스포츠재단 ‘올해의 스포츠 여성’의 유력한 후보가 됐다. 이 재단 설립자인 빌리 진 킹(테니스)은 현역 시절 ‘성 대결’을 펼쳐 남자 선수를 이기기도 했다. 킹은 “쿨릭의 우승은 모든 영역에서 분투하는 여성들에게 강력한 동기와 영감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라고 말했다.

2001년 PWBA(미국 여자프로볼링)투어 신인왕 출신인 쿨릭은 2006년 PBA투어 예선에서 139명의 남자선수와 겨뤄 6위를 차지해 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2004년 PBA가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뒤 여자 선수로는 처음 PBA 투어에서 풀 시즌을 뛰게 된 것이다. 그리고 4년 만에 PBA 정상에 올랐다.

이번 삼호코리아컵에는 3개국 204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여성은 쿨릭 한 명뿐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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