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살아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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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자동차의 올 1월 국내 판매대수가 3만922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현대차의 내수판매는 지난해 11월까지 7월을 제외하고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계속 감소했다. 하지만 12월에 4.6% 증가한 데 이어 올 1월에 증가 폭이 조금 더 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월 4만대 이상 팔면 내수 실적이 괜찮은 것으로 보는데 1월 실적이 거의 기준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의 희망을 봤다는 얘기다.

내수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자본재 수입이 올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나고 그동안 아주 부진했던 자동차 판매나 백화점 매출 등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수 경기 회복 조짐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올 상반기에 투자와 소비가 조금 늘겠지만 올 하반기나 내년 초가 돼야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내수 회복 신호=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월 중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18.7% 늘어난 225억달러에 달했다. 수입은 19.2% 늘어난 19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월 무역수지는 3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입 내용이 관심을 끈다. 올 1월(1~20일)의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 등 자본재 수입은 46억350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1월보다 20.8% 늘었다. 지난해 12월(1~20일) 1.8%에 그친 수입 증가율이 올 들어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기계류 수입은 지난해 1월보다 40.5%나 늘었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계류와 같은 자본재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설비투자가 늘어난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에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내수판매도 최근 들어 살아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1일 발표한 1월 내수 판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개 자동차사의 1월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 6.6% 증가한 8만684대로 나타났다.

백화점 매출도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의류판매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캐주얼 의류의 경우 롯데 백화점은 전년 동월보다 9%, 신세계 백화점은 17% 더 많이 팔았다. 여성 정장 분야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1월보다 21% 더 팔았다.

1월 날씨가 추워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서히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게 백화점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 백화점 정동혁 팀장은 "올해 모피가 유행하면서 여성의류 매출을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이용 실적도 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올 1월 개인들의 카드 사용실적(물품 구매대금)이 1조7500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1월 1조6400억원보다 1100억원 늘었다.

◆"경기회복 확신은 시기상조"=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수출기업이나 일부 정보기술(IT)기업 위주로 투자가 일어나고 있으나 자본재 수입이 계속 늘어날 만큼 투자가 뒷받침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2% 감소했다. 오 상무는 "1월 통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 회복도 불투명하다. 그는 "소비심리는 호전되고 있으나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고용사정도 좋지 않아 회복단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과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도 1일 '한국경제-여전히 조심스러워'라는 보고서를 통해 "고유가, 원화 절상, 제조업 공동화 같은 요인들이 내수 회복을 막고 있다"면서 "V자형 내수 회복은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종윤 .최준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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