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만난 스마트 내비게이션 ‘엠피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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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 탓에 내비게이션 시장이 죽어간다는 말이 간혹 들린다. 스마트 폰에 애플리케이션만 깔면 내비게이션 기능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스마트 폰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스마트 폰을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내놓은 곳이 있다. 서울통신기술이 최근 선보인 3D 내비게이션 엠피온(모델명 SEN-220)는 스마트 폰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조작하거나 전화 수신, 문자메시지까지 보낼 수 있는 제품이다.

서울통신기술 엠피온 라이브. 스마트 폰으로 조작하거나 전화와 SMS를 받을 수 있다.

■ 스마트 폰은 '대체재 아닌 보완재'

개발사는 내비게이션과 스마트 폰의 관계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개념으로 접근했다. 서울통신기술 교통솔루션사업팀 이국희 상무는 "외국이라면 스마트 폰 탓에 내비게이션이 위협받는 게 사실일 수 있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화면 크기다. 미국에선 화면 크기가 127mm(5인치) 이하 내비게이션이 잘 팔린다. 스마트 폰과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선 177.8mm(7인치)가 대세다. 이미 큰 화면에 익숙하기 때문에 스마트 폰을 내비게이션으로 쓰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른 불편한 점도 있다. 자동차에 타거나 내릴 때마다 스마트 폰을 꺼내서 거치 대에 달고 케이블을 꽂아야 한다. 이런 불편한 점을 들어 스마트 폰을 쓰다가도 다시 내비게이션으로 바꾸는 소비자가 생긴다. 지도뿐 아니라 DMB나 음악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스마트 폰이 적어도 자동차 안 공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스마트 폰 봄이 일었지만 내비게이션 시장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스마트 폰은 내비게이션과 함께 할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스마트 폰과 만나면 재미있는 기능을 더 많이 쓸 수 있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 폰과 연결하면 마우스, 리모컨, 전화와 SMS 수신 기능을 쓸 수 있다.

문제는 아이디어다. 서울통신기술 산하 연구소는 아예 TF팀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이번에 선보인 엠피온 라이브도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제품이다.
이 상무는 "후발주자이다 보니 남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며 "현재 참신한 아이디어 100여 개를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 운전자가 가장 필요로 하고 구현하기 쉬운 기능을 먼저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쓴다

엠피온 내비에 들어간 스마트 폰 연동 기능은 크게 전화, 문자메시지, 마우스, 리모컨 4가지로 볼 수 있다. 운전 중 전화를 받으면 위험해 전화를 걸고 받는 핸즈프리 기능은 뺐다. 대신 발신자 번호를 띄우고 '지금은 운전 중이니 잠시 후 연락 드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문자메시지는 오는 대로 발신자 번호와 내용을 표시한다.

스마트 폰 화면을 터치패드로 쓸 수도 있다. 리모컨 기능을 갖춰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사람도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려고 굳이 움직일 필요 없이 스마트 폰으로 다룰 수 있다. 볼륨 조절이나 멀티미디어 파일 재생도 리모컨 기능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기능을 쓰려면 스마트 폰에 '스마트 엠피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 그런 다음 블루투스를 켜고 엠피온 라이브와 페어링 과정을 거치면 이들 기능을 쓸 수 있다.

스마트폰에 스마트 엠피온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바로 엠피온 라이브와 연결할 수 있다.

전화가 오면 발신자 번호를 띄우고 메시지를 보낼지 물어본다.

전화를 건 사람에게는 ‘지금은 운전 중이니 잠시 후 연락 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다만 엠피온 라이브는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하지 않았다. USB 블루투스 동글을 끼워야 한다. 블루투스 기능을 원치 않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쓸데없이 가격을 부풀리지 않기 위한 배려다. 대신 USB 포트를 2개 만들어서 동글을 끼워도 여분을 하나 더 둘 수 있게 했다.

엠피온 라이브의 스마트 폰 기능을 현재 안드로이드 2.0과 윈도모바일 5.0 이상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스마트 폰에서 쓸 수 있다. 아이 폰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 자체가 폐쇄적인 부분이 많아서 개발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면 안드로이드나 윈도모바일은 통신 부분을 공개해놔서 쉽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아이폰은 현재 무선 랜 연동 방식을 연구 중인데 올해 안에는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스마트 내비로 거듭날 것

서울통신기술 교통솔루션사업팀 이국희 상무는 “스마트폰이 내비게이션 앞길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고 말했다.

서울통신기술은 지금도 아이디어 회의 중이다. 앞으로 스마트 폰 관련 기능을 더 넣겠다는 얘기다. 이 상무는 "지금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구글 음성 검색과 접목해 보니 재미난 게 많이 보이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앞으로는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한 통신 형 내비게이션이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CDMA나 WCDMA, 무선인터넷을 내장해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웹 브라우저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교통 정보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만들 계획이다.

서울통신기술 교통솔루션사업팀 이국희 상무는 “스마트폰이 내비게이션 앞길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굳이 어려운 기술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와 방향성만 있으면 스마트 폰 내비게이션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서 "스마트 폰이 내비게이션 앞길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스닷컴 양선아 기자(@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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